카메라를 든 전사가 전장을 떠났다. <알제리 전투>의 질로 폰테코르보 감독이 현지시각으로 10월12일 이탈리아 로마의 제멜리병원에서 숨을 거뒀다. 향년 86살.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는 지난 몇달간 심각한 심근경색으로 고통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폰테코르보는 1919년 이탈리아 피사의 부유한 유대인 집안에서 태어났다. 파시스트 정부의 ‘인종법’을 피해 프랑스로 망명한 그는 2차대전이 발발하자 레지스탕스 유격대에 참여했고, 전후 이탈리아 공산당 간부를 역임한 뒤 저널리스트로 활동했다. 폰테코르보의 강인한 정치적 신념은 자연스레 카메라 속으로 스며들었다. 1957년에 데뷔작 <푸른 대로>(La Grande Strada Azzurra, 1957)로 영화계에 진출한 그는 언제나 압제에 저항하는 인간들의 삶을 소재로 삼았고, 1966년에 시네마베리테영화의 걸작 <알제리 전투>(1966)를 내놓는다. 1954년부터 57년까지 프랑스의 철권통치에 맞선 알제리민족해방전선의 저항을 다룬 이 작품은 이후 정치영화를 만드는 대부분의 감독들에게 거대한 영향을 끼쳤다. <알제리 전투>로 오스카 감독상과 각본상 후보에 오른 그는 할리우드로 건너가 말론 브랜도와 함께 <불질러!>(Queimada!)(1969)를 만들었고, 스페인의 프랑코 시대를 배경으로 한 <오그로>(Ogro)(1980)를 마지막으로 카메라를 놓았다. 질로 폰테코르보에게 영화감독은 카메라와 확성기를 들고서 행동하고 저항하는 지성을 의미했다. “나는 언제나 삶의 가장 힘든 시기에 직면한 인간을 보고 싶다”던 그에게 지금 세상의 모든 것은 고통스럽게 불타는 소재였을 것이다. 하지만 하늘은 전사에게 단 86년 만을 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