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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링타임용 영화로 즐기기엔 너무 엉성한 영화, <페인터>

핵분열 막느라 다들 수고했다만, <CNN> 뉴스 보고 공부 좀 하셔야겠어.

북한 핵실험으로 전세계가 시끄러운 요즘, 뒷북치는 영화가 하나 나왔다. ‘할리우드 최강 액션 스타’ 웨슬리 스나입스가 주연한 핵무기 소재 영화 <페인터>. 제아무리 픽션이 현실보다 스펙터클할 순 없다지만, 이건 뒷북도 너무 뒷북이다. 9시 뉴스 보도와 영화 <페인터>를 비교하면, 그야말로 월드컵 대표팀과 조기축구회의 차이를 실감케 할 정도다. 결과적으로 <페인터>는 진지하게 받아들이기엔 미심쩍은 구석이 많고, 킬링타임용 영화로 즐기기엔 너무 엉성한 영화다.

<페인터>의 골칫거리는 크렘린궁에 반감을 갖고 있는 러시아 반군이다. 우두머리 격인 이고르 자이산 장군은 반란군을 이끌고 캄셰프 원자력발전소를 점령해 미국과 주변 국가를 위협할 계획을 세운다. 그의 전략은 북한의 못 쓰는 연료봉을 공급받아 원자로에 장착한 뒤, 핵분열을 일으키는 것. 미국 정부는 연료봉이 장착되기 전 공습을 통해 원자로를 없애려 하지만, 자칫하면 방사능 오염으로 10만명의 목숨이 날아갈 판국이다. 이에 폭격할 장소를 표시해주는 ‘마크맨’ 페인터(웨슬리 스나입스)와 그의 팀이 투입된다. 그러나 너무 쉽게 원자력발전소에 침투하는 게 의심스럽다 했더니, 역시나 또 다른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다.

핵무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고 해서, <페인터>를 전쟁액션으로 생각하면 곤란하다. 페인터의 임무는 반란군과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다. 적의 기지로 침투해 폭파지점을 표시해주면, 그 이후의 공습은 미국 군대가 알아서 할 일이다. 그런데 문제는 페인터가 이 싸움에서 얼마나 절실한 존재인지 와닿지 않는다는 점이다. 영화를 보면서도 ‘뭘 저렇게 번거로운 짓을 할까’ 하고 자꾸만 딴죽을 걸고 싶어지는 것이다. 황폐한 루마니아를 배경으로, 육·해·공군이 총동원되는 노력을 기울이긴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긴박한 상황을 전달하는 것은 영화적 장치가 아니라, 겉도는 대사들이다. “유감스럽게도 러시아인들은 이 일을 제어할 능력이 없습니다”, “음모의 진실은 신만이 아실 겁니다”와 같은 한심한 대사들이 억지로 상황을 마무리할 뿐이다. 유일한 간판스타인 웨슬리 스나입스 역시 95분 내내 헐거운 모습만 보여준다. 결정적으로 연출, 연기 모두 마지못해 하는 듯한 혐의가 짙어, 보는 이도 덩달아 맥이 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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