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사가 귀환했다. 강우석 감독이 9월27일 조선호텔에서 실명을 내건 강우석펀드의 조인식을 가지며, 영화산업 일선 복귀를 선언했다. 강우석펀드는 신보창투가 500억원 규모로 준비한 영화 전용펀드. 현재 60%의 자금이 모였고, 10월에 자금 확보를 완료하고 11월부터 본격적인 투자에 나설 계획이다. 운용기간은 5년. 투자를 심사하는 심사위원회는 다섯명이며, 수석심사위원은 스튜디오2.0의 김승범 대표가 맡았다. 심사위원에는 장윤현 감독을 비롯해 영화산업 전문가들이 포진됐다. 김승범 대표는 신보창투 공인욱 대표와 막역한 사이로 막후에서 펀드 결성을 조율했다. 강 감독은 “메인 투자자인 대기업이 극장이나 부가판권을 통해 돈을 버는 구조를 보고, 영화를 만드는 것으로만 수익을 내는 일이 더욱 중요하게 느껴졌다”고 배경을 밝혔다.
과거 CJ와 프리머스를 두고 다툼을 벌였고, 그 결과 프리머스와 시네마서비스의 지분을 CJ쪽으로 넘긴 뒤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던 강 감독의 이런 용단은 의미심장하다. 강 감독은 “과거 시네마서비스에서 투자한 <혈의 누> <왕의 남자>도 사람들이 만류하던 프로젝트였다. 그런 작품에 투자할 것”이라고 적극적인 투자 의지를 밝혔다. 철저히 패키지 투자로 접근하는 현재 메이저의 투자방식과도 다른 접근을 표명하기도 했다. “작품만 좋으면 차라리 전액투자로 간다”는 것이다. 복귀 동기를 묻자 강 감독은 “연출이 제일 행복하지만 그럴 때가 아닌 것 같아서”라고 답했다. 강우석펀드에는 영화관계사 투자자는 없다. 김승범 대표는 “제1금융권, 증권사, 연기금 등 이제까지 영화에 투자하지 않았던 투자자들이 다수 포함됐다”고 밝혔다. 제작편수의 급증으로 메이저들의 내년 상반기 라인업이 고정된 상황에서 강우석 감독의 공격적인 출사표가 심상치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