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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워봅시다] 화투
장미 2006-10-13

<타짜>

<타짜>에서 화투는 삶 자체다. 타짜 중의 타짜로 거듭나는 고니(조승우)를 비롯해 고니의 스승 평 경장(백윤식), 죽음의 타짜 아귀(김윤석), 도박판의 꽃 정 마담(김혜수), 걸쭉한 입담의 고광렬(유해진) 등 무수한 이들이 화투에 살고 화투에 죽는다. ‘화투’(花鬪)는 이름 그대로 꽃을 무기 삼아 펼치는 전쟁이다. 솔, 매화, 벚꽃, 난초, 모란, 국화, 오동 등 열두 종류의 꽃이 4장씩이니 모두 합치면 48장이 된다. 각각의 꽃들은 1년 열두달에 하나씩 대응하는데 솔은 1월, 매화는 2월, 벚꽃은 3월, 흑싸리는 4월, 난초는 5월, 모란은 6월, 홍싸리는 7월, 공산명월(空山明月)은 8월, 국준(菊俊)은 9월, 단풍은 10월, 오동은 11월, 비(雨)는 12월에 해당한다(4월이 등나무, 5월이 창포라는 설도 있다). 이러한 꽃 그림을 기본으로 삼지만 곤충, 동물, 달 그림이나 홍단, 청단, 초단 등 띠 그림이 덧붙여지면 끗수가 달라지기도 한다. 계절의 변화와 함께 오묘한 질서를 보여주는 화투, 이만하면 요물이라고 할 만하지 않은가.

붉은 딱지 위에 핀 이러한 꽃들은 일확천금을 안겨주는 동시에 목숨을 위협하기도 하는 일명 ‘아름다운 칼’이다. 화투의 중독성은 “한번 더, 한번 더”를 외치다 누나의 위자료를 고스란히 갖다바친 고니의 예만 봐도 알 수 있다. 하우스도박단이니 뭐니 해서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했던 화투는 근래 온라인 게임으로 개발돼 선풍적인 인기를 누렸으며 전통적으로는 명절날 어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인기있는 놀이였다.

이처럼 놀이계의 대부로 손꼽혀온 화투지만 그 유래나 기원에 대해서는 정확하게 알려진 것이 없다. 19세기경 쓰시마 상인들이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들여왔다는 설이 가장 유력할 따름이다. 화투를 이용한 놀이 중 가장 널리 알려진 것으로는 고스톱, 섰다, 육백 등이 있으며 두명에서 네명 정도가 가장 적당한 인원이나 경우에 따라서는 열명까지도 함께 어울릴 수 있다. 이 밖에도 혼자 운세를 점치는 재수 보기, 운수떼기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같은 꽃 그림끼리 짝을 맞춰 가져가는 민화투에서는 끗수를 계산해 점수가 더 높은 사람이 이기는데 달이나 띠 등 덧붙여진 그림에 따라 같은 꽃이라도 끗수가 달라진다. 지방마다 점수 계산법에 차이가 있어 다툼을 유발하기도 하니 과도하게 몰입한 나머지 싸움을 벌이지 않도록 유의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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