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임이 분명하다. 멀쩡히 있다가 갑자기 ‘그 계집애는 왜 전화 한통 없지?’ ‘그 자식은 왜 한번도 안 들르는 거야’ 누가 잘하고 못하는지 손꼽는다. 심지어 한명을 골라 집중적으로 미워하는데, 전혀 안 친한 이한테 고자질하기도 한다. 한마디로 정상이 아니다(참, 내가 원래 그랬나?).
아무리 출산·육아로 일상이 뒤흔들렸다 해도, 한나라당을 보니 정신이 번쩍 든다. 나야말로 타산지석으로 삼아야겠다. 절차를 문제삼다 뒤늦게 인물을 문제삼아 헌법재판소장 인준 자체를 거부하며 국회와 헌재를 쌍으로 공전시키더니, 이번엔 타이의 군부 쿠데타를 놓고 “노무현 정권이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라는 논평을 냈다.
타이의 탁신 총리는 과도한 민영화, 자유무역협정 등을 추진하며 그 와중에(혹은 그게 목적이었는지) 치부에 몰두하더니, 올 초엔 가족 소유의 기업 주식을 외국에 팔아 19억달러의 이득을 내고도 세금 한푼 안 냈다. 국민적 지탄 속에 ‘사퇴 쑈’만 반복하며 자리를 지키던 중이었다. 타이는 1932년 이래 18번째 쿠데타를 해온 나라로, 의회의 60% 이상이 군 출신이고 방송사 4곳 중 2곳이 군 소유인 나라다. 굳이 우리 대통령이 타산지석으로 삼을 대상은 아닌 거 같은데, 얼마나 ‘꽂혔으면’ 이럴까. 수구세력 안에서 ‘쿠데타’ 선동이 나온 건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가장 최근에는 <조선일보> 주필의 “국민이 헌법 안에서 때론 헌법 밖에서 결심해야 할 날이 가까워올지 모른다” 발언), 공당의 대변인이 이러는 건 ‘권력 애착’이 잘못 형성된 탓으로 추정된다. 사랑하는 대상과 관계를 유지하려는 건 본능이다(인간은 생후 여섯달이면 특정 인물에 애착을 갖고 낯선 것을 두려워하는데 이때를 잘 넘겨야 성격이 제대로 형성된다). 하지만 ‘잃어버린 10년’이 제아무리 쓰리고 자기가 권력을 잡지 못한 세상이 두려워도, 지금 시기를 이렇게 보내다간 집권을 한들 엄청난 정서적 장애를 겪을 것 같다. 뭐든 노무현을 갖다붙이는 걸 보니 그들에겐 파란 가을 하늘도 노랗게 보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