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대 통신업체인 KT가 멀티플렉스 업체들과 손잡고 ‘디지털시네마’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9월18일 롯데시네마, 씨너스, MMC 등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한 KT는 광대역융합망(BcN)을 이용한 초고속 영화콘텐츠 전송 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 KT는 연말까지 제휴 멀티플렉스 100여개 스크린에 디지털 영사기 및 영사 서버 등의 디지털 장비를 공급하고, 통합관리시스템을 개발해 테스트 및 시범서비스를 진행한다. KT쪽은 2007년까지 전국 스크린의 30%에 해당하는 500여개 스크린에 서비스를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롯데시네마 또한 2008년까지 자사가 운영하는 모든 스크린을 디지털 배급 및 상영이 가능한 형태로 변환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배급 및 상영 비용은 줄이되 관객에겐 고화질 관람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디지털 시네마 사업은 그동안 영화계 안팎에서 주목을 받아왔다. CGV, 메가박스 등의 멀티플렉스 업체들이 주로 관심을 가져왔는데, 디지털 상영은 가능해졌지만 네트워크망을 통한 디지털 배급은 아직 상용화되지 않은 상태다. CGV가 디지털영화 <마법사들>을 실험적으로 올해 5개관에서 디지털 전송해서 상영한 것이 전부다. 한 영화인은 “KT가 자체 보유하고 있는 네트워크와 솔루션 기술을 감안한다면 영화계 안팎의 디지털시네마 사업 추진에 불이 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물론 KT의 이 같은 행보가 영화계의 디지털 환경 구축 움직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메가박스의 한 관계자는 “콘텐츠 플랫폼 사업을 계속 늘려온 KT가 디지털 시네마 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당연하다”면서 “KT와 공조하려는 멀티플렉스들 또한 앞으로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CGV의 한 관계자는 “더 지켜봐야 한다. 아직 테스트 단계일 뿐이다. 해킹 및 복제 등의 위험을 제거할 만한 기술이 아직 완벽하게 갖춰져 있지 않다. 현재 디지털 기술이 굉장히 빠르게 발전하는데 섣불리 인프라를 구축했다가 외려 표준화, 호환성 등의 덫에 걸릴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