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현/ 서울국제실험영화페스티벌 집행위원장
“처음 영화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던 곳은 학교 앞의 허름한 동시상영관이었다. 지린내가 진동하는 극장에서 나는 그해 개봉했던 거의 모든 영화를 섭렵했다. 하지만 목말랐다. 정말 목말랐다. 고등학생으로서 접할 수 있는 영화는 이른바 개봉이라는 방식을 거친 영화밖엔 없었다. 그리고 대학 입학 뒤, 나는 우리 세대의 여느 누구와 마찬가지로 조악한 화질의 불법 복제 비디오로 이른바 명작들을 섭렵했다. 하지만 여전히 목말랐다. 해외에 나가서야 나는 비로소 그 목마름의 원인을 파악할 수 있었다. 영화를 필름으로 볼 수 있는 곳, 내게는 그런 곳이 필요했다. 시네마테크는 그런 곳이다. 영화를 영화로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영화제들이 새로운 관객층을 만들어내는 행사라면, 시네마테크는 그 관객을 유지해주는 더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것은 무료 강연이나 프로그래밍 정도가 아닐까 싶다. 시네마테크의 발전없는 한국영화 발전은 그저 거품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