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희에겐 극적인 사랑일지 몰라도, 우리에겐 모욕이라고! 마하라자의 후궁이 된 스페인 여인의 실화를 다룬 책을 영화화하려는 시도가 마하라자(인도의 왕) 유족들의 적극적인 반대로 무산될 조짐이다. 자비에 모로가 쓴 <패션 인디아>(Passion India)는 영국 식민통치의 마지막 십년 동안 현재 인도의 펀자브 지방을 통치했던 자가지트 싱의 다섯 번째 부인이 된 아니타 델가도의 일대기를 그린 소설. 카페 주인의 딸로 태어나 마드리드 나이트클럽 댄서로 일하다가 10대 때 마하라자의 비(妃)가 되었고, 그의 건강이 악화되자 왕의 아들 중 한명과 결혼해 유럽으로 건너간 델가도의 파란만장한 인생은 베스트셀러가 됐고, 이 소설을 읽은 스페인 여배우 페넬로페 크루즈가 판권을 사면서 영화화를 추진했다. 그러나 이 소설이 각종 “조사와 인터뷰”를 바탕으로 한 논픽션이라는 작가 모로의 주장과 달리 유족들은 “성적인 빈정거림과 현실을 과장한 수치스러운 묘사”에 불과하다며 법적 대응에 들어갔다. 티카 사티루지트 싱은 “소설은 나의 증조할아버지를 난폭하고 거칠게 묘사했지만 이는 전혀 사실과 다르다. 우리는 델가도의 일기를 통해 소설의 허구를 증명할 것이고, 변호사들과 함께 이를 위한 모든 검토를 마쳤다”고 말하고 있다. 유럽의 왕족들과 친분을 유지한 자가지트 싱은 축첩제도를 유지하면서도 여성의 교육을 의무화하는 등 신구의 조화를 꾀한 인물이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