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동영상 사이트는 자유로운 놀이터인가 아니면 새로운 마케팅 창구가 될 것인가. 동영상 사이트의 인기가 날로 높아지면서, 익명의 유저들이 올리는 동영상의 ‘순수성’ 여부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특히 유튜브(YouTube.com)는 디시인사이드 등 한국의 웹사이트들이 선례를 보여주었듯, 끊임없이 유행과 논란을 만들어내고 있다. 유튜브가 미국 전역의 유저들이 함께 모이는, 그리고 주류 미디어가 지켜보는 거대한 놀이공간으로 변모하면서 각종 마케팅팀들이 이미‘유사 아마추어’ 동영상으로 유튜브에 무임승차하는 전략을 공공연히 실험 중이라는데 할리우드가 가만히 있을 리 없다.
지난 6월부터 유튜브에 선보인 15살 시골 소녀 자칭, ‘브리’의 셀프비디오 <론리걸 15> 시리즈는 이것이 진짜 아마추어 홈비디오인지 아니면 교묘한 위장 비디오인지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인터넷 제일의 미스터리로 떠올랐다. 시골 마을에서 홈스쿨링을 하고 있는 외로운 소녀 ‘브리’가 고백하는 천연덕스럽고 생생한 일상의 멜로드라마는 인터넷 유저들의 눈길을 사로잡았고, 한때 조회 수가 200만에 육박하기도 했다. 그러나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너무나 뛰어난’ 제작 수준을 의심한 인터넷 유저들이 각 시리즈의 프레임과 화질, 뛰어난 연기, 악마주의 냄새를 살짝 풍기는 스토리 라인들을 꼼꼼히 분석하면서 전문가의 개입 가능성을 주장하기 시작했고, 갑자기 추정 시나리오가 난무한 가운데 <론리걸 15>의 등장인물(혹은 소품)들뿐 아니라, 논쟁에 참여한 지지자와 비판자 등이 모두 유투브의 저명 인사로 등장하게 된 사태가 발생했던 것이다. 결국 배후세력에 대한 논쟁에 불이 붙자, 열혈 블로거들은 이 모든 것이 LA 베벌리힐스의 탤런트 에이전시로 연결되어 있음을 밝혀내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너무나 허무하게 ‘사기극’ 혹은 ‘바이러스 마케팅’으로 끝나는 듯싶던 사태는, <LA타임스>가 최근 친구 사이인 세명의 영화감독 지망생들이 동영상의 창작자라고 밝혀내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순수하게 인터넷을 활용한 픽션스토리를 만들고 싶었다는 이 세 친구들이 의기투합해서 시리즈를 만들어내는 데 든 비용은 고작 130달러 웹카메라와 책상, 전등뿐이라고 하니, 그야말로 최저 비용에 최소의 노력으로 최대의 효과를 거둔 새로운 ‘영상 스토리’의 탄생이라고 할 만하다. 여전히 정체를 감추고 있는 문제의 ‘브리’는 뉴질랜드 출신의 19살 영화배우 지망생으로, 현재 LA의 한 탤런트 에이전시에 소속되어 있는 제시카 로즈라는 것이 인터넷 탐정들의 증언.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높이 산 할리우드 탤런트 에이전시가 이미 영화감독 지망생들도 스카우트했다고 하니, ‘<론리걸 15> 사건’이야말로 뉴미디어 시대에 할리우드의 문을 두드리는 아니, 새로 문을 만드는 방법을 제대로 보여줬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