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고양국제어린이영화제(GICFF)가 9월14일부터 19일까지 덕양어울림누리와 프리머스 화정점, 일산호수공원 주제광장 야외극장 등 9개관에서 열린다. 33개국 166편의 영화를 초대한 고양어린이영화제는 어른보다 많은 감각을 열고 사는 어린이 관객을 위해 영화상영에 더해 여러 가지 부대행사도 준비했다. ‘오감상영: 움직이는 동화’가 그 대표적인 예다. 지난해 존 버닝햄과 모리스 샌닥 등의 그림책을 토대로 했던 ‘움직이는 그림책’의 연장선에 있는 이 프로그램은 ‘동화 읽어주는 사람’의 해설과 함께 상영되기 때문에, 어린이들에게 눈으로 보고 귀로 들어 마음으로 기억하는 색다른 경험을 제공할 것이다.
메인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는 ‘엄마랑 아빠랑: 성장 가족 영화’는 부모들도 반갑게 맞아줄 <래시>를 비롯해 14편의 장편과 단편을 상영하고, 고전애니메이션을 추억하는 ‘추억은 방울방울: 명작극장’은 <호피와 차돌바위> 등의 한국 애니메이션과 함께 <눈의 여왕> <장화신은 고양이> 등의 해외 걸작을 상영한다. ‘변신! 꼬마영화광: 어린이 영화’는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이 짧은 어린이들에게 어울리는 프로그램이다. 귀엽거나 아름답거나 재미있는 단편들이 가득한 이 프로그램의 영화들은 짧다고는 해도 보고 나면 비디오테이프로 만들어 집에 가져가고 싶을 정도로 소중하게 느껴진다. 이 밖에도 ‘영화랑 호수랑 도란도란: 야외상영’에선 <천공의 성 라퓨타> <키리쿠, 키리쿠>처럼 아깝게 놓친 수작들을 만날 수 있다.
고양어린이영화제의 재산은 무엇보다도 어린이들이다. 카메라가 크레용만큼이나 익숙한 세계 각국의 어린이들이 만든 영화를 상영하고, 어린이들이 계산이나 가식없이 영화를 심사하는 영화제가 고양어린이영화제다. 고전이 시대를 뛰어넘는 것처럼, 좋은 영화는 세대를 뛰어넘기도 한다. 고양어린이영화제는 서로 다른 눈높이와 감정을 가진 어른과 어린이가 비슷한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행사가 될 것이다.
눈의 여왕 Snow Queen 레프 아타마노프/ 러시아/ 1957년/ 63분
안데르센의 걸작 동화를 각색한 애니메이션 중에서도 고전에 속하는 작품이다. 창문을 마주보고 이웃한 소년 카락과 소녀 게르다는 화분 하나에 심은 두 송이 장미처럼 평생 함께 있자고 맹세한 사이다. 겨울밤 눈의 여왕 이야기를 듣던 카락은 무서워하는 게르다를 달래려고 눈의 여왕을 비웃는 말을 뱉었다가 눈의 여왕의 노여움을 사고 만다. 심장에 냉기가 스며들어 차가운 아이가 되어버린 카락은 눈의 여왕의 궁전에 잡혀가고, 게르다는 그를 찾기 위해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얼음궁전을 찾아 떠난다. 은발의 어린아이들과 푸른색의 눈의 여왕의 색채 대비가 선명한 작품. 1998년 미국 TV에서 방영되면서 눈의 여왕 역의 캐서린 터너를 비롯해 커스틴 던스트와 미키 루니 등이 목소리 캐스팅됐다.
나무 소년 피터-헝가리 전래 동화 Peter Carved of Wood-Hungarian Folk Tale 라호스 나기/ 헝가리/ 2005년/ 8분 백합 계곡의 폴-헝가리 전래 동화 Paul, the Lily of the Valley-Hungarian Folk Tale 마리아 호바스/ 헝가리/ 2005년/ 8분
헝가리 민담을 수집해 만든 TV시리즈. TV용이라고는 해도 한컷 한컷이 그대로 떼어내 액자에 끼워도 좋을 정도로 화사하고 섬세하다. <나무 소년 피터>는 동유럽에서 여러 형태로 변형되어온 민담이 모티브다. 아이를 갖지 못한 농부 부부는 나무를 아기 모양으로 깎는데, 다음날 아침 그 아이가 살아 움직이기 시작한다. 피터라는 이름을 받은 소년은 초인적인 능력을 발휘하여 여러 가지 모험을 겪는다. <백합 계곡의 폴>은 씩씩한 난쟁이 왕자 이야기다. 왕과 왕비는 오랫동안 기다렸던 왕자 팔코가 난쟁이로 태어나자 슬픔에 잠기지만, 팔코는 운명에 굴하지 않고 여행을 떠나 백합 계곡에 도착한다.
래시 Lassie 찰스 스터리지/ 미국/ 2006년/ 99분
1943년 <돌아온 래시> 이후 역사상 가장 유명한 콜리가 되었던 명견 래시가 다시 한번 예전의 모험을 되풀이한다. 가난하지만 행복했던 조의 가족은 탄광이 문을 닫는 바람에 아버지가 실업자가 되자 가족 같았던 래시를 팔아야 하는 처지가 된다. 부유한 공작에게 팔려간 래시는 집사에게 괴롭힘을 당하다가 공작의 손녀 프리실라의 도움을 받아 저택에서 탈출한다. 그러나 공작의 영지인 스코틀랜드는 조가 살고 있는 요크셔로부터 1600km나 떨어져 있다. 래시는 호수를 건너고 유기견 수용소에서 도망나오는 고생을 겪으며 요크셔를 향해 달려간다. <아라비아의 로렌스>의 피터 오툴이 공작으로 출연한다.
리틀 장르 단편모음1 게임 판타지
게임 같은 내러티브 양식을 도입한 3D단편애니메이션 세편을 모았다. ‘괴수영화탄생50주년기념작’이라는 자막이 50년대스러운 활자체로 박혀 있는 <혹성대괴수 네가돈>(사진)은 우주괴수 네가돈과 인간이 조종하는 로봇 사이의 승부를 그린 작품이다. 첨단 테크놀로지를 사용했으면서도 당시 괴수영화의 분위기를 살린 점이 독특하다. <외딴 요새의 요나>는 게임 <이코>를 떠올리게 하는 아름다운 애니메이션이다. 신비한 능력 때문에 외딴 요새에 숨어 사는 요나와 그녀를 찾아온 소년의 이야기가 꽃잎처럼 펼쳐진다. <몬스터 사무라이>는 카툰 네트워크풍의 그림으로 사무라이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저주를 받아 괴물의 모습을 가지게 된 사무라이와 그가 구해준 소년이 소년의 엄마를 찾아 여행을 떠난다.
리틀 장르 단편모음2 리틀 호러
제목은 ‘리틀 호러’지만 진짜 무서운 이야기라기보다는 아이들이 무엇을 무서워하는지에 초점을 맞춘 섹션. 잠자리에서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조르는 손녀를 위해 할머니가 천일야화처럼 전설을 엮어가는 <말썽쟁이 아이들을 위한 무서운 이야기>(사진), 벽장이며 선반에 괴물이 있다고 우기는 어린 아들을 재우기까지 짧은 순간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귀여운 몬스터>, 상상의 동물 꿈 도깨비가 악몽에 시달리는 아이를 좋은 꿈으로 실어나르는 절지애니메이션 <꿈 도깨비>, 거대한 호랑이가 도시를 휩쓸면서 한 걸음 한 걸음 야수와 정글을 불러내는 <호랑이>, 아이들을 잡아먹는다고 소문난 집으로 저녁 초대를 받은 소년의 공포와 싸늘한 반전이 재미있는 <고기 수프> 등을 한자리에 모았다.
리틀 장르 단편모음6 오감 상영
‘어린이를 위한 실험영화’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섹션은 이야기를 들려주기보다 어린이의 감각을 일깨우는, 부제에 어울리는 애니메이션들을 모았다. 여러 가지 색채와 형태의 눈송이가 뿌려지는 <눈이 와요>(사진)는 색종이를 여러 번 접어 오려 눈송이를 만들어본 아이들이라면 좋아할 만한 애니메이션. 게일 토머스의 <조각보> <에셔를 위하여: 하늘과 바다>는 비슷한 도안을 변주하여 끌어낸 조형미와 입체미가 돋보이고, 도라 케레스체스의 <슬픔의 외침> <하나 둘 셋>은 부드러운 선의 움직임과 그 선이 공간을 가두며 만들어낸 도형의 모양새, 감정과 이야기를 조형으로 표현한 감각이 좋은 작품들이다. 네명의 애니메이터가 참여한 <필름으로 쓴 시>는 어렵다고 느끼기 쉬운 시를 애니메이션으로 형상화하고 직접 읽어주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