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해외뉴스
[외신기자클럽] 마릴린 먼로의 마지막 무대

파리 마이욜 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는 마릴린 먼로 사진전

“먼로양이 왔습니다”라고 교환원이 알려왔다. 오후 7시다. 벨 에르에 있는 호텔방에서, <보그>의 젊은 스타 사진작가 버트 스턴은 다섯 시간 넘도록 참을성있게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엘리베이터가 올라온다. 그는 호흡을 멈춘다. 1962년 6월이었다. 마릴린 먼로는 막 36살이 됐고, 자기 생의 마지막 해에 접어들었다. 10월 말까지 파리의 마이욜 박물관은 바로 그날 밤 버트 스턴이 찍은 마릴린 먼로의 최후 무대, 2571장의 사진 가운데 가슴을 뒤흔드는 58점을 선보인다.

태양은 블라인드 너머로 졌다. “아, 당신은 창의적인 걸 원하는군요”라고 그녀는 재미있어하며 말했다. 사실, 스턴은 그녀가 화장을 하지 않고, 특히 옷은 걸치지 않았으면 했다. 그러나 감히 얘기할 용기가 없었다. 그녀는 벌써 눈치챘다. 한번 누드로 모델을 선 적이 있었는데, 그건 톰 켈리가 찍은 젊은 시절의 유명한 사진으로 달력용이었다. 그녀는 어렵지 않게, 마치 과거로 되돌아가듯 한번 더 옷 벗기를 승낙했다. 그녀는 수도 없이 포도주 잔을 비웠고, 조수들에게 나가달라고 부탁했다. 그리고 스웨터를 벗었다.

스턴은 그녀의 부드러운 피부에 흠집을 내며 배꼽 위로 길게 늘어진 커다란 흉터를 감지했다. 몇주 전, 그녀는 담낭 제거 수술을 받았다. 그는 그것을 가리지 않기로 했다. 다른 많은 뛰어난 여배우들처럼, 그녀는 항상 자신의 육체의 고귀함과 저속함 사이의 대립을 잘 이용했다. 그녀의 순진한 시선은 자신의 어깨 아래 끔찍이 여성적인 영역을 열어놓았다. 여기에서 그 대조는 비극적인 것이 됐다. 흉터는 그녀의 얼굴을 밝게 빛내는 미소를 거꾸로 반영하는 것처럼 고통스럽게 배를 갈랐다. 그녀가 스턴의 카메라 앞에서 기쁨의 미소를 지을 때, 무대 후막에서 그녀의 인생은 약을 먹고 잊고자 하는 참담함이었다. 끊임없이 지각하는 것 때문에 화가 난 컬럼비아스튜디오쪽은 그녀의 신작 촬영을 막 중단한 참이었다. 존 휴스턴 감독의 <어울리지 않는 사람들>은 실패했고, 게다가 아서 밀러와의 결혼도 파경에 달하게 한 요인이었다. 스턴과 사진을 찍기 며칠 전, 케네디가에서 고하는 작별의 노래로 빈정거리는 투의 생일 축하곡을 대통령에게 속삭이듯 불렀다.

스턴의 사진이 감동적인 것은, 먼로의 상처가 있는 벗은 몸이 이 모든 것을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 사진들 속에서 배우로서의 그녀의 모든 재능이 드러나 보인다. 장면마다 그녀는 몸짓, 시선 하나로 새로운 표현을 만들어냈다. 나중에 스턴은 “마릴린을 찍는 것은 빛 자체를 찍는 것과 흡사하다. (중략) 우리는 서로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모든 것들은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수많은 여인들을 찍어 봤지만 마릴린이 최고였다. 그녀는 창의적으로 반응한다. 금방, 셔터와 스트로브스코프는 번쩍거리는 플래시처럼 터지고- 슉하는 소리와 함께- 이미지는 수십억분의 일초 속도로 사진기에 담긴다”라고 썼다. 이른 아침, 스턴은 먼로의 잠든 얼굴 위로 몸을 숙여 마지막 사진을 한장 찍었다. 그리고 담배를 피우러 나갔다.

<보그>는 밀착 인화한 도판을 스타에게 보냈다. 그녀는 출간되길 바라지 않는 사진들 위에 성난 듯한 십자표를 그었다. 그녀가 직접 그린 오렌지색 십자가 아래 벗은 채 누워 있는 먼로의 이 이미지들은 전시회의 가장 낯선 것들이다. 몇주 뒤 8월5일, 사진이 출판되기 전날, 그녀는 다시 잠들었다. 그리고 이번엔 결코 깨어나지 못했다.

관련인물

번역 진영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