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처 전 영국 총리가 물러났을 때 영국의 한 꼬마가 엄마에게 “이제 남자도 총리할 수 있나요?” 물었단다. 태어나서 줄곧 여자가 총리하는 것만 봤으니 궁금할 만도 했겠다(사실 나도 어린 시절 대통령은 박정희만 하는 줄 알았다).
일본 왕실에 41년 만에 사내아이가 태어났다며 바다 건너까지 시끄럽다. 축제 분위기를 전하는 뉴스를 보다가 갓 백일 지난 딸의 귀를 막았다(참, TV 시청은 눈에 더 해로운가? 어쨌든). 일본 왕세자 부부는 딸이 하나 있고 그 동생 부부는 딸 둘에 이어 사내아이를 얻은 건데, 그 통에 여성·모계 왕위계승이 가능하도록 한 왕실전범 개정작업도 멈춤 상태라고 한다. 차기 총리로 유력시되는 아베를 필두로 보수파들이 뭉치면 아예 물 건너가리란 관측이 높다. 2차대전 뒤 지금처럼 개정되기 전까지 일본에서도 형식상으로는 여왕이 가능했단다. 있어도 남자 왕들의 ‘마찰적 실업’ 상태 때 잠깐 자리를 맡아줬던 것이고 그나마도 250년 전이 마지막이었지만.
이중적인 것은 아이의 성별을 알기 전, 아니 아이가 생긴 걸 알기 전 일본 국민은 여왕 허용에 과반수 이상 찬성했다는 사실이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자 겉으로는 ‘출산율 저조 극복의 상징 및 손 귀한 왕실의 경사’로 ‘축하’하면서도 속으로는 ‘왕실전범 개정논란 없이 세상 조용해지겠다’고 ‘안도’하는 표정이 역력하다는 것이 몇명(솔직히 말해 두명)을 몇 다리 건너 해외취재한 결과이다(분명 “시대착오 쪽팔리다”는 피켓 시위라도 있었을 텐데 우리나라 ‘남성’ 특파원들이 빼먹고 안 전하나 싶어 전화비 좀 썼다). 그런데 별 움직임이 없단다. “이름있는 여성단체들은 천왕제 자체를 반대하고, 여성주의자들은 의견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란다. 다른 건 몰라도 ‘적통 생산을 위해 일부다처제 부활하자’는 소리만큼은 소음방지 차원에서라도 일본 언니들 선에서 해결해줬으면 좋겠는데. <불량공주 모모코> 같은 명작을 낳은 나라에서 이래도 되는 거냔 말이다. 그러고 보면 드라마 <궁>의 결말은 얼마나 훌륭했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