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26일 오전, 경기도 용인시 고기리 유원지. 서울 근교라는 말이 무색하게 고즈넉한 이곳은 이윤기 감독의 신작 <아주 특별한 손님> 촬영현장이다. 서울 마포구 신수동을 맴돌았던 전작 <여자, 정혜>처럼 <아주…> 역시 이곳 고기리 근처에서 대부분의 촬영을 마칠 예정이다. “조금 천천히 나간다는 느낌으로.” 잠시 촬영이 멈춘 사이 이 감독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스쳐지나갈 정도로”, “어설프게 웃을 듯하게” 등의 연기 지시를 듣다보면 그의 영화가 왜 그렇게 섬세한지 알 것 같았다. 배우들 역시 차분히 감정선을 따라가는 데 익숙해 보였다. 알 수 없는 곳으로 끌려가는 상황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은 채 “내가 도망갈까 봐요?”라고 반문하는 한효주만 봐도 확실히 그랬다.

일본 작가 다이라 아즈코의 단편소설 <애드리브 나이트>를 원작으로 삼은 <아주…>는 20대 도시여성이 하룻밤 동안 죽어가는 시골남자의 가출한 딸 행세를 하게 된다는 원작의 줄기를 거의 고스란히 살려갈 예정이다. 이윤기 감독은 “원작 소설에서 인간적인 얘기를 가벼운 터치로 다루는 것이 좋았다”며 “소설 자체의 장점과 내 나름대로 해석한 부분을 잘 살리고 싶다”고 말을 이었다. 전작에 비해 경쾌하고 따뜻한 부분이 많아 “<여자, 정혜>의 명랑버전”이라고도 불린다는 <아주…>에는 드라마 <봄의 왈츠>의 한효주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봄>의 김영민 등이 주요 인물로 등장한다. 그중 한효주는 우연찮게 하룻밤의 일탈을 경험하는 여주인공 보경을, 김영민은 그녀를 어느 시골 마을로 이끄는 기용을 연기한다. 케이블 채널 KBS SKY가 기획, 투자하고 애드리브나이트프로덕션이 제작하는 HD영화 <아주…>는 한달여의 빡빡한 일정을 거쳐 9월2일 촬영을 마칠 예정이다. 11월 즈음 극장에서 개봉한 뒤 케이블 채널에서도 방영된다.

“쉬운 앵글은 피하며 찍고 있다”

<아주 특별한 손님>의 촬영감독 최상호

“이윤기 감독님과는 10여년 전에 단편영화를 찍으며 처음 만났다. 당시 나는 촬영부였고 이 감독님은 연출부였는데, 촬영감독과 감독으로 작업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 감독님은 흔히 보이는 것을 안 하려고 하는 분이다. 지금 찍고 있는 <아주 특별한 손님>은 하룻동안 벌어지는 일을 담는 영화다 보니 특히 시간 변화와 그에 따른 정서 변화를 담는 데 신경써달라고 부탁하셨다. 감독님의 전작 <여자, 정혜>는 모두 다 핸드헬드로 갔지만, 이번에는 카메라를 고정해두는 부분도 있을 거고 핸드헬드 고유의 느낌을 살리는 부분도 있을 거다. HD 작업은 처음인데 카메라가 앞뒤 무게가 안 맞아서 어려움이 있다. 오늘이 사흘째라 아직 촬영분이 많이 남았다. 그래도 그중 가장 재미었던 건 이틀 동안 찍은 차신이다. 감독님이 차신에서도 쉬운 앵글을 피하시니까 새로운 각을 많이 잡아봤다. 촬영기간이 짧다보니 더운 낮 동안 일하고 또 밤을 새는 것이 가장 힘들다. <거룩한 계보>를 끝낸 지 얼마 안 돼 피곤이 쌓인 것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