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남자, 한눈에도 심상찮다. 덥수룩한 단발머리에 커다란 안경, 목까지 단추를 꼭 채운 셔츠와 배까지 올려입은 바지. 촌티나는 옷차림과 어눌한 말투로 어디서나 왕따 신세인 전차남(야마다 다카유키)은 애니메이션과 게임에 푹 빠져 있는 전형적인 오타쿠다. 어느 날 전철 안에서 취객에게 시달리는 여성(나카타니 미키)을 얼결에 구한 그는 답례로 에르메스 찻잔 세트를 선물 받는다. 생애 처음으로 다가온 로맨스에 가슴이 콩닥대는 전차남. 그는 자신의 사연을 인터넷에 올려 조언을 구하고, 네티즌들은 그녀에게 ‘에르메스’라는 별명을 붙인 뒤 데이트 코치를 시작한다. 네티즌들의 응원에 조금씩 용기를 내는 전차남, 과연 그는 에르메스의 사랑을 얻을 수 있을까?!
전차남은 실화?!
<전차남>은 2004년 일본 ‘2채널’이라는 인터넷 사이트에 전차남이라는 대화명으로 올라온 실제 사연에서 비롯됐다. 에르메스를 처음 만난 순간부터 모든 상황을 낱낱이 보고하며, 데이트 신청하는 법이나 고백하는 방법 등 네티즌들의 조언을 구해 사랑에 성공한 전차남의 이야기는 1,000만건에 이르는 접속 건수를 기록할 만큼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이후 전차남과 네티즌들의 대화를 담은 책이 발간돼 100만부를 돌파하고, 5개의 만화잡지가 전차남 이야기를 만화로 만들었으며, 전차남을 분석한 책 등 파생상품이 잇따라 나왔을 정도로 전차남은 일본에 일대 신드롬을 일으킨 실화다.
드라마 vs 영화
<전차남>은 2005년 영화 제작과 동시에 후지TV를 통해 드라마로도 방영됐다. 영화가 철저히 전차남의 시점으로 이야기를 전개했다면, 드라마는 에르메스를 주인공으로 내세워 그녀가 겪은 과거의 실연과 전차남과 만나면서 성장하는 과정 등을 그려냈다. 에르메스를 따라다니는 꽃미남도 등장시켜 전차남과 삼각관계를 이루는 등 허구가 많이 더해진 것도 드라마의 특징. 재미있는 것은 영화와 드라마의 주인공이 서로 카메오로 출연한다는 점이다. 드라마에서 전철 안 취객에게 괴롭힘을 당하는 에르메스(이토 미사키)를 전차남(이토 아쓰시)이 구하는 장면에서, 두 사람을 돕는 남자 역에 영화의 전차남인 야마다 다카유키가 등장하는 것. 이 장면은 영화의 맨 마지막 부분과 드라마 1회에 등장하며, 두 작품을 전편과 속편처럼 연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