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배급에 병목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름이 지나가고 메이저 투자·배급사들은 내년 상반기 라인업을 대부분 결정지은 상태다. 연간 상영 편수가 100편에 육박하는 현 시점에서 미리 투자가 결정됐거나 제작 중인 영화 외에는 새로운 프로젝트들은 투자를 받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문제는 배급과 그로 인한 양극화 현상이다. 투자가 소극적으로 변했다지만 여전히 충무로에서는 가시화되는 프로젝트만 140여편으로 추산한다. 아이필름 오기민 대표는 “수익률 저하로 중견 투자·배급사들이 몰락한 것이 원인이다. 예전에는 보통 중견·배급사가 한국영화 편수의 3분의 1을 감당했다. 진취적인 감독들의 영화에 투자했던 회사들이 사라지고 있다”라고 말했다. 시네마서비스 김인수 대표는 “상반기 라인업이 결정된 상황에서 매우 맘에 드는 영화가 아니면 메이저들은 대체로 보수적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쇼박스 정태성 상무는 “기존 투자작이 지속적으로 늘어난 상황에서 추가로 투자하는 작품이 적다고 시장이 얼어붙었다는 지적은 논리적이지 않다”라고 말한다. 롯데엔터테인먼트 최건용 이사도 “수익이 되는 프로젝트라면 작품 수가 많다고 안 할 리가 없다. 우리는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내년에도 적극적으로 작품 수를 늘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결국, 개별 메이저의 물량은 늘었지만 투자·배급사가 줄어든 상황 변화가 제작사를 힘들게 만들고 있다. 제작이 활발하지만 배급은 갈수록 빡빡해지는 상황은 여기서 발생한다. 만약 이 추세가 계속 된다면 개별 작품의 수익률 저하는 불가피하고 극장 잡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CJ의 한 관계자는 “다른 자본들이 대거 들어와서 제작을 활성화시켰기 때문에 배급에서 병목현상이 생길 수밖에 없다. 여러 영화를 다양하게 배급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인수 대표는 “제작사들이 개봉일자를 고정하는 경직된 태도를 버려야 한다”고 말한다. “제작이 끝난 직후 무조건 개봉해야 한다는 충무로의 통념이 바뀌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시장은 다양한 방식의 배급을 기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