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숲속에서 신원 미상의 끔찍한 시체가 발견된다. 신문기자인 빅터 실람파(다니엘 지멘네즈 카초)는 평소 친분이 있던 대령의 연설문을 써주는 조건으로 이 사건을 독점 취재하게 된다. 빅터는 그 시체가 자신의 실종된 동생이라고 확신하는 에스투피난과 함께 사건을 추적한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이 사건의 실체가 단순한 살인이 아니라 시의원, 변호사, 유흥업자 등의 이해관계와 음모가 도사린 거대한 사건임을 알게 된다.
콜롬비아 영화계 최대의 제작비로 만들어진 <아트 오브 시크릿>은 살인사건을 둘러싼 음모를 추적해가는 과정의 스릴러다. 영화의 배경이 되는 남미 특유의 풍경과 배경음악은 매력적이지만, 스릴러라고 하기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많다. 형사가 아닌 신문기자가 사건에 직접 개입한다는 설정은 스릴러의 긴장감을 높이는 데 충분히 효과적일 수 있다. 기자의 날카로운 시선을 취해 사건을 분해해나가는 과정을 담는 것만으로도 스릴러의 묘미를 살릴 수 있다는 말이다. 물론 역으로 특별한 사건 자체가 아닌, 사건을 추적하는 눈을 따라가기 때문에 자칫하면 지나치게 설명적이거나 긴장의 맥을 풀어버릴 수도 있다. 이 영화는 후자에 가깝다. 이야기의 흐름은 필요없는 곳에서 자주 분산되고 사건의 중심에서 사건을 쥐고 흔들어야 할 기자의 카리스마는 부족하다. 이 영화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가장 오싹한 장면은 영화 도입부에 등장하는 나무에 매달린 끔찍한 시체다. 정확히 말한다면, 그 시체를 너무도 담담히 쳐다보는 카메라의 시선이다.
게다가 영화가 내세우는 반전 역시 그 강도에 비해 지나치게 단순한 설명으로 지나쳐버려 반전으로 느껴지지 않을 정도다. 반전은 반드시 충격적으로 제시해야 한다는 생각도 강박이지만, 이처럼 효용성이 없는 반전을 집어넣는 것 또한 강박이다. 덧붙여, 나체의 여성이 묘한 자세로 포즈를 취한 영화의 포스터나 “원초적 본능”, “강렬한 에로스” 등으로 가득한 홍보문구는 이 영화를 ‘에로틱’스릴러로 기대하게 만든다. 물론 옷을 걸치지 않은 여성의 몸이 위에서 언급한 시체를 쳐다볼 때처럼, 놀라울 정도로 담담하게 비춰지지만, 안타깝게도 에로틱한 욕망이 스릴러의 주요한 요소로서 이야기에 개입한 흔적은 찾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