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도소 출소를 하루 앞둔 영규(임하룡)는 우연한 사고로 죽게 된다. 갑작스러운 죽음에 영규가 충격을 받은 이유는 자유로운 세상에 대한 갈망 때문이 아니라 오랫동안 보지 못한 아들 원탁(이민우)과의 재회를 놓치게 되었다는 이유. 천사의 방문을 받은 영규의 영혼은 아들과 친구처럼 시간을 조금이라도 보내게 해달라고 천사에게 간청한다. 영규는 아들 원탁 또래인 동훈(하동훈)으로 살아날 기회를 갖게 되고, 천사 역시 영규의 감방동료이자 갓 출소한 조폭두목 장석조(김상중)의 몸을 빌려 인간이 되어 예쁜 간호사에게 접근한다.
죽은 남자가 새로운 몸을 얻어 그간 돌보지 못했던 아내와 아들의 삶을 좀더 나아지게 도와준다는 기본 설정은 드라마와 코미디에 모두 길을 열어준다. 특히 되살아난 아버지가 아들과 같은 또래의 고등학생이 된다는 설정은 <원탁의 천사>에 웃음을 불어넣는다. 몸은 고등학생이지만 교도소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다 죽은 영규는 CD를 구우라는 말에 정말 불에 구워오는가 하면, 게임PC방에서 게임을 시작하는 법을 몰라 CD 트레이를 열고 트레이의 구멍에 100원짜리를 끼워넣으려고 열심이다.
그러나 재치가 빛나는 몇몇 장면을 제외하면 <원탁의 천사>의 만듦새는 그리 좋지 못하다. 영규의 영혼이 몸을 이탈하는 장면 등에서 튀어나오는 허술한 CG는 그렇다 치더라도 애절하고 슬픈 것을 넘어 신파의 냄새를 물씬 풍기는 음악은 반항적인 고등학생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에 잘 어울리지 않는다. 이야기의 흐름도 매끈하지 않다. 천사가 영규의 소원을 들어주는 이유는 납득하기 힘들며, 천사 자신이 인간의 몸을 빌려 지상에서의 시간을 누리는 대목들도 억지로 끼워넣은 듯하다. 무엇보다 <원탁의 천사>는 그룹 ‘신화’ 멤버이자 솔로로도 왕성한 활동을 보여온 이민우의 영화 데뷔작이다. 아직 이민우의 연기가 무르익지 않았음에도 <원탁의 천사>는 이미 공인된 그의 춤실력을 살리는 대신 아직 어색한 연기에 중점을 두고 진행된다. 코미디와 드라마를 오가는 연기에서는 하동훈이 비교적 매끄러운 모습을 보여준다. <원탁의 천사>가 활용할 수 있는 비장의 카드였을 임하룡, 김상중, 김보연, 안길강, 이한위와 같은 중년 연기자들이 매끄럽지 못한 이야기 진행 속에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점도 큰 아쉬움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