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니까, 괜찮아>는 첫눈에 서로 반한 어린 연인의 시한부 사랑을 그린다. 미현이 치료 때문에 미국으로 떠났다가 돌아오는 부분을 경계로 영화는 크게 두 부분으로 나뉜다. 전반부에서 민혁(지현우)은 미현(임정은)에게 적극적으로 대시하는데 미현은 관심없는 척한다. 자신의 병 때문이다. 후반부에선 미국에서 돌아온 미현이 민혁과 적극적인 사랑을 쌓아가는 내용이 담겼다. 미현은 민혁의 품에서 천국의 문을 두드린다.
지현우가 전면에 나선 전반부는 어린 연인들의 감정과 이벤트로 풋풋한 향을 뿜는다. 지현우의 귀엽고도 세련된 이미지가, 때로 능청스럽고 때론 터프한 19살 남학생에게 생기를 불어넣는다. 민혁 주변의 착한 인물도 소소한 재미를 준다. 민혁과 늘 함께 다니는 친구들과 민혁의 아버지가 그렇다. 친구라기보다 가족 같고, 가족이라기보다 친구 같은 그들. 서로 다정하게 티격태격하며 ‘따뜻하고 건전한’ 광경을 연출한다. 근래 보기 드문 오래된 감수성에 마음이 훈훈해진다. 이 영화가 <겨울나그네> <젊은날의 초상> 등 1980년대 손에 꼽히는 멜로영화를 만든 곽지균 감독의 신작임을 상기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이야기 구조에서 음악에 이르기까지 영화 곳곳에 배어 있는 소박함이 2000년대 중반을 살고 있는 이들에게 촌스러움으로 느껴지지 않으리라는 보장은 없다. 거기에 신파라는 태생적 부담까지 안았다. 그를 상쇄하려는 것인지, 본격 신파로 돌입하는 후반에 이르면 영화는 의도적으로 눈물바람을 하지 않으려 애쓴다. 뭉클한 장면을 많이 넣되 짧게짧게 잘라 간다. 하지만 울지 않아서 행복하냐 하면, 외려 지루한 쪽이다. 미현의 죽음에 다가갈수록 고조되어야 할 감정선이 많은 등장인물과 사건 때문에 툭툭 잘려 김이 샌다. 지현우 대신 전방에 나선 임정은의 단조로운 연기도 파괴력을 떨어뜨리는 데 한몫한다. 어린 연인들에게 시골 노총각과 에이즈를 앓는 창부의 절절 끓는 감정이 있을 리도 만무하다.
“엄마… 나 좀… 행복해지고 싶어.” “사는 동안 살구, 죽는 동안 죽어요. 살 때 죽어 있지 말구, 죽을 때 살아 있지 마요….” <네 멋대로 해라>(드라마)의 쿨함에 펑펑 쏟았던 눈물을 떠올리면, 울린다고 꼭 진부해지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어떻게 울리느냐가 문제다. 굳이 신파를 택한 마당에 울리지 않는 건, 신선한 신파를 만드는 데 얼마나 효율적인 해법이었을까. 혹 처음부터 모순된 해법이었던 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