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가 올해부터 로마국제영화축제(CINEMA. Festa Internazionale di Roma)를 개최한다. 로마 시장 발터 벨트로니는 지난해 로마국제영화축제 계획안을 베니스영화제 기간 중 전세계 언론 앞에 선포한 바 있다. 지난 7월 초 로마시는 문화·복지부 장관이 참석한 가운데 내외신 기자들과 기자회견을 갖고 영화축제의 윤곽을 제시했다.
10월13일부터 21일까지 로마에서 열릴 영화축제가 속속 그 뼈대를 드러내면서 여론은 제1회 로마국제영화축제가 어떤 양상으로 치러질지에 주목하고 있다. 준비위에서 제시한 보도 자료만 보더라도 기존의 영화제 성격을 과감히 탈피하겠다는 것이 가장 큰 핵심이다. 유명배우를 부르고 기자들만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 즐기는 영화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로마에 있는, 로마에 오는 모든 이들과 함께하는 영화축제 한마당을 벌여보겠다는 야심찬 의도가 깔려 있다. 영화축제라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 영화제작자와 배우, 스탭, 관객 모두가 함께 영화를 즐기고 영화 관련 행사에도 일반인을 참여시킬 계획. 일반인에게 가장 친근한 장소인 전철역을 중심으로 광장과 길거리에서의 영화 대담회, 사진 전시회, 영화 속 패션쇼, 영화음악 공연, 영화문학 세미나를 개최한다는 것이 그것이다.
로마영화축제는 심사위원을 전문가들로 구성하는 기존 영화제와 달리 ‘배심원제’를 택한다. 일반 시민 중에 선발된 심사위원 50명은 이탈리아 영화감독이자 심사위원장인 에토레 스콜라의 지휘 아래 14편 경쟁작 심사를 맡게 된다. 로마시의 포부는 이탈리아영화의 주무대가 되었던 비아 베네토, 폰타나 디 트레비, 시네시타, 카사델 치네마, 카사델 재즈 등 이탈리아영화 역사 속의 상징적인 장소를 과감히 활용한다는 것. 로마음악공원 아우디토리움을 중심으로 역사 속 영화현장을 영화축제 무대로 잡은 것은 로마만이 가질 수 있는 역사와 전통을 한껏 뽐내보겠다는 시도로 보여진다.
이외에도 영화제는 두 가지 면에서 다양화를 시도하고 있다. 영화축제는 뉴시네마 네트워크와 연대하여 새로운 감독을 발굴, 지지한다. 또 영화시장을 이탈리아에 유치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비즈니스 스트리트를 새로이 제안한다. 이탈리아에 이렇다 할 비즈니스 스트리트가 없는 공황상태에서 로마영화축제는 마켓도 적극 도입할 계획이다. 국제합작영화 만들기에 적극 투자하겠다는 이 프로젝트는 로마영화축제가 자긍심을 가지고 추진 중이다. 비즈니스 스트리트를 위해 로마는 8개의 영화관을 섭외하고 200여편의 영화를 국제영화 관계자에게 선보인다.
제1회 로마영화축제가 기존의 영화제 성격에서 탈피해 새로운 형태의 영화축제로 나아갈지는 앞으로 지켜보아야 한다. 그러나 베니스영화제와 한달 간격으로 영화축제를 열다보면 집중보다는 분산을 초래할 수도 있다는 우려 또한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