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네시 윌리엄스는 영화와 동시대를 호흡한 작가 중 첫 세대에 속한다. 그는 울적한 현실을 잊고자 즐겨 극장을 찾았고, 성공적이진 못했으나 한때 MGM과 작가 계약을 맺었으며, 훗날 성공을 거둔 작품들은 연이어 영화화됐다. 지난 5월 미국 워너홈비디오는 윌리엄스의 원작 영화 여섯편을 모은 박스 세트를 발매했는데, 한국에선 대표작인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와 <뜨거운 양철 지붕 위의 고양이> 두편만 출시됐다. 자신과 가족을 희곡에 투영하던 윌리엄스가 ‘나는 블랑쉬 드보아다’라고 말했을 정도로 <욕망이라는…>은 작가의 애정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남부의 몰락한 가문의 여자가 삶의 막바지에서 도착한 뉴올리언스의 빈민가. 윌리엄스 작품의 정서인 슬픔은 그곳에서 흐릿한 빛을 통과해 시적 비애감을 빚는다. 정신병원으로 끌려가는 블랑쉬가 “나는 항상 낯선 사람들의 친절에 의지해왔어요”라고 말하는 마지막은 <유리동물원>에서 유리 일각수의 뿔이 부서지는 장면과 함께 가장 애처로운 윌리엄스의 순간이다. ‘액터스 스튜디오’에서 ‘메소드 연기’를 배운 말론 브랜도, 폴 뉴먼 등이 윌리엄스의 서정적 사실주의와 찰떡궁합을 보여준 것은 주지하는 사실인데, ‘액터스 스튜디오’를 공동 설립했던 엘리아 카잔은 브로드웨이와 할리우드에서 윌리엄스의 작품과 뛰어난 앙상블을 성취하곤 했다. <욕망이라는…>은 그중 가장 뛰어난 성과물이다. 개봉 당시 검열문제로 몇몇 부분이 편집됐던 <욕망이라는…>은 1993년에 4분 정도 복원된 판본으로 재개봉됐다. 이번 특별판 DVD는 당연히 복원판을 수록하고 있다. 칼 말든과 두명의 영화역사가가 진행하는 본편 음성해설은 충실한 정보와 많은 이야기로 채워져 있으며, 두 번째 디스크에도 이에 못지않은 부록들로 가득하다. 영화평론가 리처드 시켈이 연출을 맡아 엘리아 카잔의 작품세계를 조명한 ‘감독의 여정’(76분), 연극과 영화화 과정을 다룬 ‘브로드웨이의 전차’(22분), ‘할리우드의 전차’(28분), 검열과 관련된 일화를 들려주는 ‘검열과 욕망’(16분), 영화음악의 거장 알렉스 노스의 음악과 말론 브랜도의 연기를 분석한 ‘노스와 남쪽의 음악’(9분), ‘말론 브랜도라는 이름의 배우’(9분), 23살 브랜도가 <이유없는 반항>의 스크린 테스트에 응한 모습(5분), 아웃테이크 모음(15분) 등의 부록은 영화의 감상을 더욱 풍성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