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역 장면은 한국 공포영화 사상 가장 잔혹한 살해장면으로 꼽을 만하다.
극장 공개판이 아닌 별개 버전이 발매되는 것은 DVD 업계에서 더이상 새로운 경향이 아니다. 해외에서는 다른 장르에 비해 검열과의 마찰이 빈번할 수밖에 없는 공포영화의 ‘무삭제판’ 발매가 이미 보편화되어 있다. 한국에서는 지난해 공개된 <분홍신>이 이러한 경향을 전략적으로 도입한 경우다. 극장에서 15세 관람가로 선보였던 이 영화는 DVD에 ‘18세 버전’을 함께 담았다. 김용균 감독은 두 번째 음성해설을 통해 ‘추가장면을 보여주려는 목적보다는 원래 의도를 살리고자 하는 것’이 이 새 버전의 존재 의의라고 밝힌다. 내용상으로는 원혼의 실체가 무엇인지를 밝히는 것보다는 그것이 주인공 선재(김혜수)와 어떤 관련을 맺고 있는지를 직간접적으로 드러낸 것이 극장 공개판과의 차이점이다. 따라서 18세 버전에는 사다코 짝퉁인지 아닌지 알고 싶지도 않은 귀신들의 깜짝쇼가 빠진 대신, 선재와 인철(김성수)의 대화장면이 덧붙여졌다. 음악 역시 좀더 음산한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곡들로 부분 교체되었으며 ‘18세’라는 수식어에 걸맞게 두번의 정사장면과 살해장면의 디테일을 온전히 확인할 수 있다. 선정적인 장면보다는 작의를 살리기 원했다는 감독의 해설을 감안하면 18세 버전이라는 타이틀은 아이로니컬하게도 확실히 더 선정적이다. 그 결과야 어쨌든 <분홍신>의 18세 버전 수록은 창작자의 의도를 보존하고 관객에게 좀더 다양한 감상의 기회를 제공할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한국 공포영화 DVD로서는 흔치 않은 결과물이다. 극장에서 본 15세 버전을 내치지 않았다는 사실도 기억해둘 만하다.
산발한 귀신이 날뛰는 장면보다 정사장면이 더 소름끼치는 희귀한 경우.
선재의 후배(고수희)가 살해당하는 장면은 확실히 유럽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