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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조사하면 다 나와
김소희(시민) 2006-07-21

급히 복사를 하거나 팩스를 보내는 잡무로 집 앞 동사무소에서 삐댈 일이 좀 있었다. ‘그래, 나 사람 아니다’, 표정으로 앉아 있는 공익들은 컨디션 좋으면 이런 민원도 군말없이 처리해준다. 요즘 동사무소 좋아졌다. 행정홍보물도 상태가 좋아져서 냄비 받침이나 부채로 취향껏 골라 쓸 수 있다. 그중 가장 눈에 띈 건 ‘한-미 FTA가 뭐길래?’, ‘한-미 FTA를 말한다’, ‘한-미 FTA 대한민국 경제의 날개가 될 것입니다!’ 같은 제목의 빳빳한 고급 광택지 홍보물들이다. 맨 뒷장에 ‘2006년 5월 대한민국 정부’라고 찍혀 있다. 같은 시기에 쏟아낸 셈인데 속보인다(이거 봐, 조사하면 다 나와). 본격적인 협상도 하기 전에 아예 축포를 쏘는 내용이었다. 70~80%에 이르던 찬성 여론이 절반 이하로 곤두박질친 이유는 이런 막무가내 선전의 악효과도 있지 않을까.

정부는 무슨무슨 경제연구소 박사들의 논리를 동원하나, ‘우파 신자유주의’ 언론에 천둥벌거숭이 취급받던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비서관은 그렇다쳐도 ‘참여정부 경제정책의 설계자’라고 불린 이정우 경북대 교수까지 지금과 같은 “지뢰밭” 한-미 FTA 추진에 반대하고 나섰다. “말이 협정이지 실제론 (아메리카 스탠더드로의) 경제통합으로 가는 것”이라며 “체결 않은 것도 선택지”라는 게 그의 일갈이다. “경제학 교과서 1장에 나오는 단순 논리로 국익을 앞세우는 순진한 논리의 환상에서 벗어나라”고도 했다. 문제는 역시나 또 참여정부의 ‘순진함’과 ‘조급증’인가. 그건 오만함의 다른 이름이다. 과거에 추진하다 결렬된 한-미 양자투자협정 조항을 베꼈다는 소문이 파다한 1차 협정문 내용도 공개를 안 하는지 못하는지 아마 나중에 조사하면 다 나올 거다.

대통령은 또 “속이 아프다”고 하실지 모르겠다. 어쩌나. 의약품 협상도 난코스라서. 미국 말대로 하면 신약은 건강보험 적정가 적용도 못 받겠던데. 이대로 가다간 대통령도 떼돈 벌어놓지 않으면 퇴임 뒤 만성 속앓이에 좋은 약 한첩 제대로 못 써보시겠다. 거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