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없는 밤의 고속도로 톨게이트. 매표원인 지연은 밤마다 피가 흥건히 묻은 티켓을 내고 사라지는 검은 차량 때문에 두려움을 느낀다. 그가 일하고 있는 톨게이트에는 이상한 도시전설이 하나 있다. 12년 전 2월29일에 뒤집힌 호송차 속에서 불타 죽은 여자 살인마의 원혼이 출몰하고, 4년마다 돌아오는 2월29일에는 꼭 사람이 죽어나간다는 것이다. 지연이 톨게이트에 떠도는 소문과 밤마다 출몰하는 검은 자동차에 두려움을 느끼던 중, 근처 톨게이트에서는 매표원들이 끔찍하게 난도질당한 시체로 발견된다. 게다가 검은 자동차에 탄 사람이 살인마라고 확신한 지연의 주위에는 지연과 똑같이 생긴 여자가 출몰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돌아온 2월29일에 지연의 동료인 종숙이 살해당하고, 지연은 두명의 형사와 함께 검은 자동차를 기다린다. 이 모든 이야기는 과연 사실일까.
영화는 유일한의 원작 소설 <톨게이트>와 마찬가지로 하얀색으로 도배된 정신병원에 감금된 지연의 진술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리고 극의 마지막에 가서는 또 다른 시점에서 같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같은 액자식 구성은 스크린에 펼쳐질 이야기가 실은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암시(혹은 거짓암시)를 관객에게 전해주는 방식이다. 사실 그런 것이 바로 도시전설의 속성이다. 전설은 구전하는 대상의 입으로부터 입을 타고 전해지며, 그 과정에서 진실과 거짓의 경계는 모호해진다. <2월29일>의 장점은 한밤의 고속도로 톨게이트라는 을씨년스러운 배경이다. 사방이 유리로 둘러싸인 매표소에 홀로 앉아 있는 매표원의 공포는 관객에게 손쉽게 투영되며, 비일상성과 일상성을 동시에 지닌 고속도로 톨게이트라는 공간은 도시전설의 무대로서 더없이 근사한 편이다. 하지만 영화는 흥미로운 아이디어와 배경을 만들어놓고도 결코 절정에 도달하지 못한다. 원작의 설정만으로 관객의 심장을 움켜쥘 수 있을 것이라는 서투른 믿음 때문이다. 제작진은 종이 위에 인쇄된 괴담이 아무리 재미있더라도 최소한의 영화적 재주는 필요하다는 사실을 기억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영화적 화법이 부족한 <2월29일>은 그저 영상으로 재구성한 원작의 낭독회에 가까워 보인다. 물론 독자와 관객은 전혀 다른 존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