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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 ‘천국보다 낯선’ 건달역 엄태웅
허윤희(한겨레 기자) 사진 정용일 2006-07-18

카리스마 ‘엄포스’가 비굴모드 ‘다중이’로

드라마 ‘늑대’ 영화 ‘가족의 탄생’ 초기종영·흥행 실패로 가슴앓이 “강산호 인간적 인물이라 연기 편해요”

1인2역을 연기한 드라마 〈부활〉을 찍을 때 붙은 엄태웅(31)의 별명은 ‘엄포스’다.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가 위력적이다’라는 뜻에서다. 강렬한 눈빛, 선 굵은 외모, 저음의 목소리도 한몫했다. 그러나 이내 미소를 지으면 부드럽고 선한 얼굴로 바뀐다. 야누스의 얼굴이다. 여러 얼굴을 보여줘야 하는 연기자로서는 분명 장점이다. 14일 그가 〈한겨레〉를 찾았다.

지난 1월 출연한 드라마 〈늑대〉가 3회 만에 촬영사고로 예기치 않게 중단돼 아쉬움이 컸다. 5월에 개봉한 영화 〈가족의 탄생〉도 흥행이 밋밋해 가슴앓이를 했다. 그런 엄태웅이 31일 첫방송하는 에스비에스 월화드라마 〈천국보다 낯선〉의 ‘강산호’ 역으로 ‘부활’을 꿈꾼다. 〈천국보다 낯선〉은 입양아 출신의 변호사 노윤재(이성재)와 그에게 형제라고 속이고 접근한 건달 강산호(엄태웅), 한국 최고의 가수 유희란(김민정) 등 세 주인공이 보여주는 가족애와 사랑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그는 산호에 대해 “다중적인 인물”이라며 “센 척하면서도 비굴한 면도 있고, 내성적일 때도 외향적일 때도 있고…. 모습이 상황 따라 기분 따라 자주 변합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동안 극단적 감정을 표출하는, 힘든 역을 했는데 이번엔 ‘아, 나도 이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인간적 캐릭터라 연기가 편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엄정화의 동생’에서 ‘배우 엄태웅’으로 오롯이 서기까지 지루한 기다림의 시간을 보냈다. 1997년 영화 〈기막힌 사내들〉에서 식당종업원 단역으로 데뷔한 뒤 2003년 〈실미도〉를 찍기 전까지 이름없는 단역을 전전했다. “그때는 완전 백수였어요. 그래도 ‘언젠가 기회가 올 것’이란 희망으로 버텼습니다.” 그러던 차에 〈실미도〉의 반항기 넘치는 거친 훈련병 원상 역으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이어 〈공공의 적 2〉의 조폭 비서 상훈, 〈가족〉의 조직 2인자 동수, 드라마시티 〈제주도 푸른 밤〉의 시한부 인생을 사는 기태 역이 줄줄이 찾아왔다. “같이 작업한 감독님들은 강한 눈빛과 마초적인 느낌이 제 매력이라고 했습니다.“ 때문에 줄곧 남성미 물씬 풍기는 ‘센’ 역을 맡았다. 하지만 〈쾌걸 춘향〉과 〈부활〉을 통해 강함과 부드러움을 동시에 지닌 양면적 매력이 빛을 발했다. 카리스마를 벗고 귀여운 철부지 재벌 2세(늑대), 큰소리만 치는 사고뭉치(가족의 탄생)로 변신해 색다른 매력도 보여주었다.

안방극장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는 엄태웅은 인기에 연연하지 않으려 한다. “한 선배가 지금 너는 운 덕분에 그 자리에 오른 것이고, 그 시기가 지나면 누군가를 받쳐주는 조연을 하는 것이라고 충고했습니다. 어떤 배우든지 위에 오르면 아래로 내려갈 수밖에 없잖아요. 그게 다 배우로 성장하는 과정이죠.” 대신 그는 현재의 인기보다는 “직업 연기자가 된 게 무척 행복하다”고 한다. 10년, 20년 후에도 배우로 남고 싶다는 그는 “좀 더 나이가 들면 〈장밋빛 인생〉의 장용 선생님처럼 반바지에 러닝을 입고 평상에 앉아서 자식 걱정을 하며 우는 아버지 역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란 바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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