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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타이틀] 신세계란, 문화와 개인의 상호 교감의 순간, <신세계>
이교동 2006-07-14

1607년, 일군의 영국 개척자들이 지금의 미국 서안 버지니아에 식민지 개척을 위해 첫발을 내딛는다. 원주민 포와탄족의 영역인 이 지역에 개척자들은 마을을 건설하고 영국 국왕 제임스 1세의 이름을 따 지명을 제임스타운이라 명명한다. 이 사건으로부터 ‘신세계’의 역사(물론 영국의 시각에서)가 시작되는데, 여기엔 우리에게 이미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포카혼타스>로 귀에 익은 포와탄 족장의 딸 포카혼타스(영화 내내 그녀의 이름은 의도적으로 배제된다)와 영국인 모험가 존 스미스, 그리고 포카혼타스를 사랑한 정착민 존 롤프의 이야기가 있다. <씬 레드 라인> 이후 7년 만에 테렌스 맬릭이 내놓은 영화 <신세계>는 바로 이 세 역사적 인물의 이야기를 통해 신대륙 발견의 역사적 의미와 그 철학적 배경에 대해 사유한다. 식민지 개척에 대한 백인 개척자들의 침략과 약탈이라는 단순한 이분법적 역사적 사실을 넘어, 두 문명-문화가 역사적으로 조우하는 과정에서 개인의 역사적 체험을 전체 역사의 맥락에서 어떻게 이해할 것인가에 대한 존재론적 사유가 맬릭만의 영상으로 펼쳐진다. 실제로 백인사회에 빠른 속도로 적응했다는 포카혼타스의 시선과 탐험가 존 스미스의 시선을 교차시킴으로써 (비록 인물의 역사적 고증에선 비판의 여지가 있다 하더라도) ‘신세계’의 의미란 서구 문명의 신대륙에 대한 일방적인 발견과 약탈의 문제가 아닌, 문화와 개인의 상호 교감과 체험의 순간임을 영화는 말하고 있다. 비록 그것이 한쪽의 일방적인 희생과 굴복을 포함하는 것이라도 말이다. 전작 <씬 레드 라인>에서 미군과 일본군의 치열한 사투의 와중에서 평화로운 삶의 타자적 시선을 유지하던 이상향적인 원주민의 세계가 <신세계>에선 타자적 시선이 아닌 주체적 투쟁과 반응의 존재로 입장이 변화하게 된다. 왜냐하면 ‘신세계’란 단어의 의미 자체가 곧 충돌의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맬릭의 철학적 사유 위에 제임스 호너의 웅장한 음악과 에마뉘엘 루베즈키의 장중한 촬영이 어우러진 이 장대한 영화적 교향시 <신세계>는 원래 2시간30분으로 발표되었으나, 맬릭에 의해 2시간15분으로 재편집되었으며 DVD 역시 재편집한 버전을 수록하고 있다. 영상은 시적 사유의 체험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을 정도로 훌륭하며, 효과음보단 음악 재생에 충실한 음향 역시 매우 만족스럽다. 부록으로 수록된 제작과정에 대한 다큐멘터리는 영화가 역사적 사실과 포와탄 인디언의 생활상을 착실하게 복원하고자 어떠한 인류학, 언어학, 고고학적 고증을 거쳤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맬릭 특유의 완벽주의적인 현장 기록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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