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다큐멘터리를 제대로 찍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동물 고유의 삶을 인간의 틀로 해석하지 않으면서도 그들의 생존을 보여주는 일은 가능할까? 그것도 <TV 동물농장>에 나오는 야생을 잃어버린, 반은 이미 인간이나 다름없는 동물들이 아니라, 아프리카 초원이나 북극과 같은 곳에 사는 생존본능이 투철한 동물들의 경우라면? <얼음왕국: 북극의 여름이야기>는 북극에 사는 각종 동물들이 그 사계를 어떻게 살아내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자연다큐멘터리다. 이 다큐멘터리는 3년여에 걸친 제작기간을 통해 계절의 순환에 따른 북극 생태계의 변화를 자세히 보여주고 있다.
이를테면 북극곰은 눈속에 구멍을 파서 그 안에서 새끼를 낳고 젖을 물리며 겨울을 난다. 그리고 봄이 되면 새끼들을 끌고 사냥에 나서는데, 이 봄은 북극곰의 먹이인 바다표범 역시 새끼를 낳는 계절이다. 그들은 서로 쫓고 도망가면서 생존을 이어가지만, 얼음이 녹는 여름이 되면 이들의 활동력은 저하하고 먹잇감을 찾기는 그만큼 어려워진다. 순록들 역시 여름을 피해 5만 마리 이상이 떼를 지어 북으로 떠난다. 그 광경이 장관이긴 하지만, 이러한 생존방식은 텔레비전을 통해 숱하게 보아온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것들이다. 그러므로 북극곰과 순록의 ‘이야기’보다는 차라리 ‘일각돌고래’, ‘사향소’, ‘벨루가 돌고래’, ‘북극 오리’, ‘바다코끼리’ 등과 같은 낯선 존재들의 생김새가 흥미롭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이 다큐멘터리의 문제는 (수입의 과정에서 덧붙여진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인간의 목소리다. 동물들의 소리는 그 소리를 해석하는 인간의 목소리에 의해 왜곡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동물들의 행동의 이유와 과정을 설명해주는 손범수 아저씨의 친절한 내레이션과 북극곰과 표범, 순록 등에게 입혀진 성우의 목소리는 다큐멘터리의 현실성을 떨어뜨린다. 북극의 생태계를 지탱하는 적자생존의 원칙, 야생의 생존본능은 인간이 설명하는 모성애 속에서 순화된다. 아무리 이 영화가 지구 온난화를 경고하고 북극의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한 교육용으로 만들어졌다고 해도, 인간을 교육시키기 위해 인간화된 동물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받아들이기 힘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