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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북한의 사도마조히즘
김소희(시민) 2006-07-14

미국 독립기념일에 북한이 미사일 7발+∂를 쏴버렸다. 장거리 미사일도 한발 포함됐다고 한다. 알래스카까지 가는 대포동 2호인지 미국 본토까지 가는 대포동 3호인지는 불분명한데, 어쨌든 얘도 얼마 못 가 바다에 떨어졌다고 한다. ‘명백하게 도발’만 하려고 사정거리를 줄여 실험한 건지, 이틀에 한번씩 채워줘야 한다는 연료를 제대로 안 채웠거나 잘 못 채워 그랬는지도 말이 분분하다. 전자라면 조폭 앞에서 싼 술병 골라 깨는 꼴이고, 후자라면 병 깨다 주둥이만 손에 쥔 꼴이다(표현을 용서하시길. 폭력적인 얘들 얘기를 하다보니 덩달아, 좀).

<한겨레21> 안인용 기자의 설명에 따르면, 사도마조히즘(SM)은 “지배하면서 동시에 복종하고 싶은 욕구, 학대하면서 학대받고 싶어하는 욕구”이다. 사디스트도 상대에 따라 마조히스트로 돌변한다. 사디스트와 마조히스트간에는 정해진 행동방식이 있다. 사디스트는 마조히스트가 고분고분하길 바라면서도 ‘게임의 규칙’을 벗어나지 않는 선에서 도전하기를 바란다. 그래야 물고 물리는 ‘관계의 긴장’이 이어지니까. 가만 보면 미국이 ‘악의 축’ 나라들을 대하는 방식이 늘 그러한데, 그중 북한은 가장 ‘스릴있는’ 상대이다. 북한은 5월에 미사일을 옮겨다놓고 6월 초 “미국이 우리를 계속 적대시하며 압박 도수를 높여간다면 부득불 초강경 조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리고 6월 중순부터 발사 가능성이 제기됐던 거다. 쏜다 만다 논란이 있을 때 또 북한 특유의 ‘벼랑 끝 전술’인가 싶었는데, 진짜 벼랑에 발을 걸쳤다. 그런다고 북-미 직접 접촉이 가능하리라 믿는 건가? 각종 봉쇄와 제재가 풀리길 기대하는 건가? 미국(과 덩달아 일본)의 강경파들은 벌써부터 자기네 나라 정치·군사적 목적에 얼씨구나 이를 연관지어 써먹지 않나. 쏘다 만 미사일에 위협을 느낄 리도 만무하고 말이다. 북한은 “자위적 군사훈련의 일환”이라지만, 북한의 SM적 기질은 늘 미국을 자극한다. 정치·국제적 마조히스트인 나는 그게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