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조구치 겐지

미조구치 겐지가 사후 50주년을 맞은 올해 일본에서 대대적으로 부활한다. 테이프는 오는 8월24일 열리는 국제 심포지엄 ‘미조구치 2006’이 끊는다. 8월24일은 50년 전 <적선지대> 공개 뒤 차기작 <오사카이야기>를 준비하던 미조구치가 갑자기 숨진 날이기도 하다. 이번 심포지엄엔 ‘일본에 있어서의 미조구치’, ‘여배우의 증언’, ‘조감독의 증언’ 등과 함께 ‘세계가 바라본 미조구치’라는 섹션이 마련돼 스페인의 빅토르 에리세, 중국의 지아장커 같은 감독들과 프랑스의 비평가 장 두셰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9월에는 <오하루의 일생> <무사시노의 여인>을 시작으로 매달 DVD가 발매될 예정이다. 이번 이벤트를 주도하는 가도가와 헤럴드 영화사뿐 아니라 쇼치쿠, 도호, 국제방영 등 미조구치 영화의 판권을 가지고 있는 여러 영화사들이 협력한 결과다. 몇년 전부터 구로사와 아키라, 오즈 야스지로, 기노시타 게이스케의 작품들이 대대적으로 DVD 발매되었으니, 미조구치의 작품들이 나오는 올해가 지나면 일본의 이른바 ‘거장들’의 작품을 대부분 DVD로 볼 수 있게 된다.

하이라이트는 9월 에비스 시네마 가든에서 열리는 영화제 ‘미조구치 겐지의 영화’다. 일본에서도 15년 만에 열리는 그의 영화제라 한다. 필름 상태를 고려해 19편의 작품이 선정됐다. 1년 내내 일본 전국을 돌며 열릴 예정이며, 캐나다와 미국 20개 도시를 순회하는 미조구치 겐지 영화제도 함께 계획 중이다. <NHK>의 미조구치 겐지 특집을 비롯해, 새로운 다큐멘터리도 제작된다고 한다.

이번 행사의 캐치프레이즈는 ‘이것이야말로 일본의 모더니즘’이다. 이런 행사의 배경엔 미조구치 겐지 사후 50주년이라는 계기와 최근 몇년간 일본 영화계의 거장감독 재조명 움직임이 있다. 여기에 미조구치가 더욱 ‘특별한’ 것은 요즘 일본에서 불고 있는 ‘일본의 미(美) 발견’이란 바람 때문이다. 일본의 독자적 미의식을 찬양한 책 <일본의 품격>이 200만부를 넘는 베스트셀러가 되는가 하면, “일본 여인은 아름답다-일본의 미”를 내건 샴푸가 대히트 중이다. <게이샤의 추억> 역시 일본의 미가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근거로 얘기된다. 그런 바람 속에 미조구치가 죽은 지 50년이 된 올해, ‘일본의 미’를 그려낸 ‘일본식’ 모더니즘의 거장으로 그가 또다시 불려나온 셈이다. 우리에게 미조구치란 굳이 ‘일본식’이라 불릴 이유가 없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