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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의 키라 나이틀리
장미 2006-07-08

귀여워, 말괄량이 여전사

아이라인이 뚜렷한 검은 눈매과 굳게 닫힌 입술, 언제나 높이 치켜든 턱. 키라 나이틀리는 척 봐도 연약한 미소녀는 아니다. 대신 험한 발길에 채여 넘어져도 벌떡 일어나 똑같이 응수할 듯한 당당함을 지녔다. 21살에 불과한 이 영국 출신 배우를 꽃에 비유하자면 싱싱한 붉은 장미가 제격이지만, 정원에서 곱게 자라 한없이 달콤하기만 한 장미는 결코 아니다. 그녀는 요란한 향기를 내뿜기보다 단단한 가시를 치켜드는 것으로 상대를 유혹할 것 같다. 스칼렛 요한슨, 커스틴 던스트, 내털리 포트먼을 비롯한 어린 또래 배우 중에서도 그녀의 천덕꾸러기 말괄량이 기질은 단연 돋보인다. 그런 까닭에 나이틀리는 축구공을 몰며 고함을 지르고(<슈팅 라이크 베컴>), 도끼를 휘두르거나 활을 쏘는 한편(<킹 아더>) 끓어오르는 모험심으로 해적선에 올라탔다(<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캐리비안의 해적: 블랙펄의 저주>에 출연하며 차세대 할리우드 스타로 자리매김한 뒤 3년, 그녀는 속편 <캐리비안의 해적: 망자의 함>의 개봉을 앞두고 있다. 거친 바다 사내의 카리스마에도 기죽지 않았던 엘리자베스는 전편의 모험을 건뎌낸 탓인지 속편에서 한결 더 씩씩해졌다. 운명처럼 여행을 떠나는 그녀는 감옥에 갇힌 채 눈물 흘리는 대신 웨딩드레스를 벗어던지고 선원이 돼 배에 오른다. “전편을 찍을 때 나는 계속 칼로 싸우고 싶다고 말했는데 끝까지 한 자루도 얻지 못했다. 대신 이번에는 두 자루나 얻었다! (웃음)” 우리가 <캐리비안…>에서 느낀 엘리자베스의 쾌활함은 젊음을 맘껏 누리는 활달한 20대 아가씨 나이틀리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녀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깔깔거리다”(giggle)라는 표현이 유독 자주 나오는 것은 그 때문이다. 그녀는 제인 오스틴의 우아한 소설을 원작으로 삼은 <오만과 편견>에서 여주인공 엘리자베스 베넷을 연기할 때도 본연의 천진스러움을 잃지 않았다. “우리는 숙녀가 되려고 했지만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깔깔깔.” 한편 나이틀리의 활달한 말괄량이 기질은 전사의 이미지로 확장되기도 했다. 나이틀리는 <킹 아더>를 찍을 당시 자신의 역할인 기네비어 왕비를 “피에 대한 갈망이 몸속에 흐르는” 여성으로 읽어냈다. 그리고 기네비어의 모든 액션을 대역없이 혼자 소화해냈다. “나 대신 스턴트맨을 썼다면 정말 지겨웠을 거다.” 기네비어의 오만함과 거침없음의 원천 역시 나이틀리 자신이다.

키라 나이틀리의 부모는 모두 배우다. ‘배우에 대한 갈망이 몸속에 흘렀을’ 키라 나이틀리는 세살 때부터 부모에게 “나에게도 에이전트를 붙여달라” 졸랐고 여섯살 때 진단받은 난독증을 노력으로 극복해 아홉살 때 대본을 읽고 첫 연기를 시작했다. 키라 나이틀리는 배우로서의 삶에 종종 두려움을 느끼면서도 자신이 속할 곳은 영화밖에 없다고 믿고 있다. “세트 안에서 무언가를 창조하는 일은 무척 강렬하고 놀라운 체험이다. 내가 연기 외에 다른 일을 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이곳은 내가 아는 오직 하나의 세계이니까.” 할리우드가 나이틀리를 도발할 때마다 그녀는 거침없이 그 도발에 응수해왔다. 나이틀리는 지금 다시 엘리자베스가 돼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중 세 번째 작품 <캐리비안의 해적: 세상의 끝>을 찍고 있다. 아직 모험은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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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RE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