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이하 영화노조)과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제협)의 단체교섭이 마침내 시작됐다. 영화노조와 제협의 교섭대표단은 6월27일 첫 번째 임금·단체교섭을 갖고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했다. 지난 4월27일 상견례를 가진 이래 별다른 성과없이 공전돼온 양쪽의 협상은 제협이 교섭대표단을 꾸리면서 비로소 물꼬가 트였다. 제협 회원사 62개 중 20여개 업체의 위임을 받아 영화노조와 협상을 진행하게 되는 교섭대표단은 차승재 싸이더스FNH 대표를 단장으로 제협 실무간사, MK픽처스, 시네마서비스, 프라임엔터테인먼트, 제네시스픽처스, 프리시네마 관계자 등 7명이다.
27일의 1차 교섭은 구체적인 협상보다는 상견례 성격이 강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양쪽은 공히 영화 스탭의 처우 개선 문제가 영화산업의 존망이 걸린 문제라는 인식을 같이하고 성실하게 교섭에 응하겠다는 원칙을 확인했다. 최진욱 영화노조 위원장은 “그 밖에 노사교섭위원을 7인으로 한다, 과반수 이상이 넘으면 회의는 성립된다, 반드시 대표위원(단장)은 참석해야 한다 등의 합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협상 절차에 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영화노조가 “이른 시일 내에 결론을 내리기 위해서 1주일에 2회 협상을 갖자”고 제의한 데 대해 제협이 내부 논의가 필요하다고 한 것. 장동찬 제협 사무처장은 “협상단에 속한 제작사들이 제작 중인 영화가 20여편이나 돼 그렇게까지 시간을 내는 건 무리”라고 말했다.
현재 양쪽이 공히 “협상이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서로의 입장이 크게 다른 탓에 협상결과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 영화노조가 교섭을 앞두고 사전에 제협에 전달한 주요 요구사항은 주급제 실시, 12시간 이하 노동, 일요 휴무 보장, 연장 및 야간근로수당 지급, 4대 보험 등이다. 이에 대해 제협은 스탭들의 숙련도 문제를 제기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스탭들의 숙련도가 일본이나 홍콩 같은 곳의 스탭에 비해 떨어지는 탓에 노동시간을 좀더 유연하게 규정하자는 것이다. 따라서 영화노조의 첫 단체교섭이 얼마간의 진통을 겪을 것은 뻔해 보인다. 하지만 그 진통 속에서 양쪽이 원만한 결론을 얻는다면 한국 영화산업은 합리적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2차 교섭은 7월6일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