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큰 문제는 사람들의 무관심이다”
김기덕 감독의 신작 <시간>이 8월10일경 국내에서 개봉한다. 이는 수입·배급사 스폰지가 이 영화의 국내 판권을 사들이면서 가능해진 것. 그런데 이와 별개로 <시간>의 국내 개봉을 꾸준히 요구해온 한 관객이 있다. 티켓 예매사이트에 근무하는 손창욱씨는 지난 5월부터 네이버, 다음, 싸이월드 등의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시간>의 국내 개봉 요구 운동을 개인적으로 벌여온 인물이다.
-<시간>의 국내 개봉 요구 운동을 벌이게 된 계기는. =이게 다 <씨네21> 때문이다. (웃음) <시간>의 국내 개봉이 힘들어지자 <씨네21>에서 시사회를 진행하지 않았나. 너무 보고 싶어 신청했지만 표를 얻을 수가 없었다. 표 달라는 사람은 넘치는데 개봉도 안 한다고 하니 뭔가 필요하겠다 싶었다. 사실 나는 사람들이 모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에 장소를 마련하고 1만명의 서명을 모으자고 제안했을 뿐이다. 앞으로 어떻게 활동을 이어나갈지에 대해서는 고민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개봉이라니 깜짝 놀랐다.
-네티즌들의 참여도는 높았나. =홈페이지를 통해 1만명 서명을 모으는 것을 목표로 했다. 서명에 참여한 사람은 350명 정도. 기대했던 것보다 관심이 너무 저조했다. 결국 영화계의 시스템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사람들의 무관심인 것 같다.
-개봉 소식이 기쁘지는 않았나. =오히려 당황스러웠다. 김기덕 감독의 영화로 이야기를 시작하긴 했지만, 이를 계기로 작은 영화 개봉에 관한 제반문제들이 다양하게 언급되길 바랐다. 사건이 너무 빨리 해결돼 논란이 증폭될 시간이 부족했던 것이 아쉽다.
-<시간>은 결국 봤는지. =못 봤다. 기회는 있었다. 어떤 네티즌이 내가 온라인 활동을 하는 것을 보고 자기 시사회 표를 주겠다고 했다. 나는 당당하게 “국내 개봉하면 보겠습니다” 했다가 나중에 후회했다. (웃음) 시사회를 다녀온 사람들의 활동이 적었다는 것도 애석하다. 다양한 사람들의 <시간> 관람기를 카페 내부적으로 공유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하고 있다고. =현재 인터넷 실시간 예약사이트인 티켓링크 영화팀에서 영화 콘텐츠를 운영하고 있다. 영화정보를 회사 홈페이지에 올리는 일도 담당해 회사에서는 손 기자라고 불린다. 기자를 뽑는다고 해서 들어왔는데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하고 있어 사실 애매한 위치에 있다. (웃음)
-단편영화를 직접 연출한 감독이라고 들었다. =전부 합쳐 10편 정도 찍었다. 첫 작품은 <커밍순대>라고 순대를 좋아하는 여자와 이름이 순대인 남자 사이의 연애를 그린 로맨스물인데 찍고나서 보니 엽기코미디 같더라. (웃음) 아는 후배 녀석이 디지털 캠코더를 가지고 있어서 그걸 가지고 무작정 찍었다. 지난해 열린 제4회 미쟝센영화제에는 단편 <왕자병>을 출품하기도 했다. 원래 어딘가에 열정을 바치는 성격은 아니지만 영화 찍는 건 재밌어서 직장 다니는 틈틈이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