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터 뫼르스는 타고난 이야기꾼이다. 뫼르스는 어디에도 존재하지 않는 차모니아라는 나라를 배경으로, 상상력이 부족한 독자라면 그 생김새를 가늠하기조차 힘든 기이한 동물들이 겪는 생사를 건 기나긴 모험담을 책으로 써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여기까지라면 다른 판타지물 사이에서 유독 그가 도드라지는 이유를 설명하기 힘들 것이다. 한국에서 14만부의 판매고를 올린 <꿈꾸는 책들의 도시>의 성공 뒤에는 무엇보다 뫼르스의 유머 감각이 있다. 100살이 채 되지 않은 ‘젊은 공룡’이 겪는 코믹한 모험담은 책을, 이야기를 사랑하는 독자들을 매혹시켰다. <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은 ‘차모니아 4부작’ 중 <꿈꾸는 책들의 도시>에 선행하는 이야기다. 이야기가 흘러가는 순서, 시리즈의 순서에 역행하는 독서가 되었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루모와 어둠 속의 기적>이 발터 뫼르스의 최고 히트작이라는 사실은 호기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젖먹이 루모는 살아 있는 동물들을 갈기갈기 찢어먹는 외눈박이 거인들에게 잡혀간다. 거인들의 식량창고에서 루모를 본 스마이크는 루모가 타고난 전사 볼퍼팅어라는 사실을 알아채고는 그에게 차모니아의 전쟁사와 전술을 가르친다. 루모가 성장하자, 스마이크는 그에게 탈출법과 외눈박이 거인들을 무찌르는 법을 알려준다. 광란의 축제가 한창이던 밤, 루모는 외눈박이 거인들과 전투를 벌인다. 그리고 루모의 새로운 모험이 시작된다. 현실에 없는 존재들에 관한 이야기이기 때문에 처음 50장 정도를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이야기에 몰입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지만, 초반의 위기를 넘기면 차모니아와 괴물들의 세계에 자연스레 빠져들게 된다. 전투의 귀재이지만 헤엄을 못 치는 볼퍼팅어 전사들의 에피소드는 작가의 유머감각을 잘 드러내는 대목. 뫼르스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들이 곳곳에 삽입되어 환상세계의 이해를 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