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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모피아’가 주름잡는 대한민국

변양호라는 이름을 들어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3년 전 잠시 경제부에 몸담았던 기자에게 ‘변양호 국장’은 매우 낮익은 이름입니다. 그는 현대차로부터 계열사 빚을 탕감받게 도와달라는 청탁을 받고 뇌물 2억원을 ‘꿀꺽’한 혐의로 구속돼 차가운 철장 안에 갇혀 있습니다. 그는 2001년부터 2004년 1월까지 재정경제부의 요직 가운데 요직이라고 할 수 있는 금융정책국장으로 재직했고, 이후 금융정보분석원장을 거쳐 국내 최대 사모펀드라는 찬사를 받아온 보고펀드의 대표로 변신에 성공했습니다. 그는 경기고-서울대를 나왔고,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한국 경제를 떡 주무르듯 주물러왔던 ‘이헌재 사단’의 일원으로 분류됩니다. 평생 출세가도를 달려온 그의 인생을 드라마 제목으로 뽑아보자면 ‘장밋빛 인생’쯤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재경부 출입 경험이 있는 기자들은 그를 “‘모피아’ 최고 실세 가운데 하나였다”고 입을 모읍니다. 모피아는 전·현직 재경부 관료들을 일컫는 말로 로마자 약자(MoFE)에 마피아를 합성한 곁말입니다. 사람들은 왜 재경부 전·현직 관료들을 조폭에 빗댄 것일까요? 배타적 조직 이기주의와 서로의 밥그릇을 챙겨주는 ‘의리’가 범상치 않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선후배가 똘똘뭉쳐 서로 밀고 끌며 국책은행, 공적자금이 들어간 금융기관, 그것을 관리감독하는 기관을 포함해, 온갖 종류의 금융 관련 협회장·감사·이사 자리를 싹쓸이합니다. 모피아들의 의리는 대단한 것이어서 <비열한 거리>의 종훈이처럼 자신을 키워준 선배의 등에 칼을 꽂는 일 따위는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들이 이룬 대한민국은 어떤 모습일까요. 모피아들의 정책 실수로 우리는 처참한 IMF위기를 맛봐야 했으며, 카드빚에 몰린 젊은이들은 제 몸을 내다 팔기 위해 밤거리를 헤매야 했는데, 모피아의 자기자본비율 조작으로 외환은행을 헐값에 넘겨 받은 론스타는 4조원이란 천문학적 차익을 얻어 입이 함박만하게 벌어져 있습니다.

그 모피아의 실세가 재벌 기업의 떡고물을 받아 (처)먹고 감옥에 갇혔다고 합니다. 발빠른 언론들은 “돈받은 관료가 2∼3명 더 있다”는 속보를 내놓고 있습니다. 그들은 ‘치’하지만, 자신들의 잘못을 책임지진 않습니다. 권력은 5년이지만 모피아는 영원합니다. 통제받지 않는 권력은 무섭지만, 우리는 그에 대해 별로 마음 아파하는 것 같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