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에서 이동통신사 카드할인이 사라진다. 서울시극장협회(이하 극장협)는 6월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카드할인에 대한 이통사의 제안을 더이상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는 극장과 이통사가 진행한 ‘이동통신사 멤버십에 의한 극장요금 카드할인’(이하 카드할인)에 관한 협상이 좌초됐다는 뜻이다. 이통 3사와 극장이 맺은 계약기간은 6월30일로 대부분 종료된다. 따라서 극적 타협이 없다면 7월1일부터 극장에서 카드할인은 더이상 불가능하다.
이제까지 극장은 카드할인을 통해 정상적인 극장입장료 7천원 중 1500~2천원 선을 관객에게 할인했다. 지난해 1억4천만명 관객 중 이통사 카드할인을 이용한 소비자는 6천만명, 전체의 35%에 해당한다. SKT가 1999년 5월부터 시작한 카드할인은 처음 3년간 이통사가 전액을 부담했다. 2002년부터 공동분담이 시작됐고, 해가 지날수록 극장의 부담액이 늘어나 현재는 이통사 1100원, 극장 900원 선에 이르렀다. 곽정환 극장협 명예회장은 “카드문제에 관한 한 극장업계에서 이완용은 없다”며 이번 협상 결과가 전국 극장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멀티플렉스 3사도 극장협에 모든 권한을 위임한 상태. 이통사의 최후통첩은 “할인금액을 1천원으로 내리고 이통사가 550원, 극장이 450원을 부담”하자는 것. 극장은 “모든 극장이 동일한 조건으로 대우받고, 할인요금은 통신사 능력껏 정하며 극장에 부담시키지 말라”고 반발했다. 이창무 극장협 회장은 “전체 고객에 대한 균등한 서비스와 극장협 회원사 중 한곳이라도 피해를 입어서는 안 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극장쪽은 “자체적으로 1천원을 할인하는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알려졌다. 이통사 제안을 수용하면 450원만 내고 1천원의 할인효과를 얻을 수 있는 극장이 공동분담을 거절하고, 자체 할인의 배수진을 치는 이유는 “결국 이통사는 부담액을 모두 극장에 떠넘기려 한다”는 불안감 때문이다.
지난해 계약에서 이통사는 몇몇 멀티플렉스에 2천원을 부담시킨 사례가 있다. 이번 충돌도 이통사가 재계약을 통해 극장분담 비율을 높이려다 벌어졌다. 가입자 유치를 위해 멤버십 제도를 과도하게 강행하던 이통사는 자승자박의 길로 접어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