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가 도착했습니다’는 뜻의 <착신아리> 시리즈는 휴대폰을 통해 죽음이 전달된다는 것을 공포의 기본 토대로 삼는다. 첫편이 등장했을 당시 신세대의 필수품 휴대폰을 죽음의 매개체로 삼은 점은 주관객층을 매혹시키는 참신한 아이디어로 평가받았다. 시리즈 3편인 <착신아리 파이널>은 이 설정 위에 친구를 죽여야 네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배틀로얄>식 공포를 첨가했다. ‘전송하면 넌 죽지 않아’라는 문자메시지는 죽음의 저주를 남에게 떠넘겨 네 목숨을 건지라고 부추기고 있다.
세 번째 휴대폰의 저주를 부르는 인물은 교내에서 이지메를 당하는 아스카(호리키타 마키)다. 수학여행을 포기할 만큼 심하게 왕따를 당하던 아스카는 같은 반 친구들에게 이상한 문자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한다. 아이들은 ‘전송하면 넌 죽지 않아’라는 메시지의 내용을 믿지 않다가, 당사자들이 하나둘 죽어나가는 광경을 목격한다. 한가롭게 수학여행을 즐기던 아이들은 그때부터 아비규환에 빠진다. 광기어린 눈빛으로 “나한테는 메시지 안 보낼 거지?”라고 친구를 은근히 협박하는가 하면 폭력을 써서라도 친구의 휴대폰을 빼앗으려 한다. 한때 아스카의 단짝이었던 에미리(구로키 메이사)는 한국인 남자친구 진우(장근석)와 함께 사건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나선다.
<착신아리 파이널>은 전편들로부터 소녀 귀신의 존재, 학대의 모티브, 죽은 자의 입에서 쏟아지는 구슬(혹은 석탄)의 이미지를 이어받고 있다. 이렇게 해서 <착신아리 파이널>은 자신이 시리즈의 적자임을 주장하지만, 휴대폰을 빌미로 삼은 호러물 3대손의 힘은 조상들만 못하다. 복잡하게 꼬인 듯한 줄거리는 알고 보면 엉성한데, 영화는 그 구멍을 논리로 메우는 대신 무리하게 우정의 드라마로 해결하고자 한다. 인과율이 떨어지는 공포의 법칙은 따라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휴대폰을 소재로 한 영화의 아이템은 다 떨어졌다고 느꼈다.” <착신아리> 시리즈 세편을 모두 제작한 프로듀서 아리시게 요이치의 말처럼, <착신아리 파이널>은 이 시리즈의 재산이 ‘휴대폰’이라는 소재 그 자체밖에 남지 않았음을 스스로 증명한다. 사람의 목을 맨 채 끌고다니거나 전깃줄로 감전시키는 등 살육의 방법을 다양화한다고 해서 상상력의 빈곤이 감추어지는 것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