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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의 전당] <짐 자무시 컬렉션>
ibuti 2006-06-16

소박한 가치와 낯선 아름다움으로의 여행

짐 자무시의 데뷔작 <영원한 휴가>를 처음 봤다. 황량한 뉴욕의 뒷골목을 떠도는 청년의 이야기는 이후 만들어질 영화의 선언문 역할을 하는 것이어서, <천국보다 낯선>의 유명세에 종종 가려진다는 게 안타까울 정도다. “삶에 있어서 큰 차이는 없으며 기본적으로 사람들은 똑같다. 머물렀던 곳에서의 신선했던 시간이 지나면 그 장소를 떠나야 한다. 그것은 깨달음이다.” 자무시 영화의 주인공들은 모두 영원한 휴가를 즐기는 여행객이다. 그들에게 정착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자무시가 세상을 어떤 곳으로 보는지는 알 수 없으나, 적어도 그에게 끝없는 이동이란 타락하고 악한 세상에 굴하지 않고 물들지 않는 방법이다. 자무시인들은 세상의 굴레는 물론 심지어 시간으로부터 구속받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자무시 영화에서 기억에 남는 장면이 어디 한둘일까만 그의 정서가 반영된 두 장면을 그중 백미로 매번 꼽는다. <다운 바이 로>에서 탈옥한 세 남자는 숲속의 외딴집을 발견한다. 어수룩한 남자를 안으로 들여보내고 두 남자는 숲속에 앉아 집을 내내 바라본다. 그리고 두둥실 밤이 찾아온다. <데드맨>에서 꽃 파는 여자는 술집에서 바깥으로 내동댕이쳐진다. 그녀가 만든 하얀 종이꽃들이 바구니에서 떨어져 진흙바닥에 하나씩 꽂힌다. 두 장면을 볼 때마다 그들 위로 검은 하늘에 촘촘히 박혀 있을 별이 그려지곤 한다. 이건 정말, 세찬 세상에서 읽는 한편의 동화다. 자무시의 인물들은 대개 가진 것 없는 아웃사이더들이며, 그들이 거하는 곳은 누추하기 일쑤다. 하지만 자무시는 그 세상에 소박한 가치와 낯선 아름다움이 초롱초롱 빛나게 만든다. 자무시의 데뷔작 <영원한 휴가>부터 <천국보다 낯선> <다운 바이 로> <미스테리 트레인> <지상의 밤> <데드맨>까지를 수록한 <짐 자무시 컬렉션>이 출시됐다. 세편의 흑백영화와 세편의 컬러영화 중 흑백 편을 들어주고 싶은 건 필자의 취향이겠고, 어쨌거나 어느 것 하나 버릴 게 없는 보석 같은 작품들이다. 다이아몬드나 황금이 아닌 유리로 이렇게 아름다운 보석을 세공해낸 자무시는 사랑스러운 사람이다. DVD의 화질이 썩 좋다고 볼 수는 없는데, 자무시 영화가 제작된 환경을 생각해보면 그리 이상할 것도 없다. 부록은 예고편 몇개와 <천국보다 낯선>의 제작 현장 영상(7분), <데드맨>의 삭제장면 및 아웃테이크(15분), 닐 영의 뮤직비디오가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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