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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대법관의 요건

2주 전이었던 것 같습니다. 곽윤섭 <한겨레21> 사진팀장과 회사 앞에서 저녁으로 삼겹살을 굽다가 후배 사진기자가 찍어온 사진 한컷이 화제에 올랐습니다. “최근 몇달 동안 봐온 사진 가운데 제일 감동적인 사진이었던 것 같아.” 평소 칭찬에 인색한(?) 곽 팀장의 성격을 아는지라, 자연스레 사진의 배경에 대해 얘기가 전개됐지요. 이제 방조제 끝막이 공사가 끝나 죽어가는 새만금 개펄에 흑꼬리도요 한 마리가 가까이 다가온 사람의 기척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뒤뚱뒤뚱 걷고 있더랍니다. 사실은 죽어버린 개펄에서 먹이를 찾을 수 없었던 도요는 도망을 가고 싶어도 갈 수가 없는 사정이었겠죠. 뒤늦게 인기척을 느낀 도요는 마지막 안간힘을 다해 날개를 퍼덕다가 제힘을 이기지 못하고 고개를 처박고 말았습니다. 새만금에서 체중을 갑절로 불려야 시베리아에 가서 번식할 수 있는 그 도요는 아마 소금밭으로 변한 개펄 어디선가 고단한 생을 마감했을 것 같습니다.

지난 6월7일 이용훈 대법원장은 퇴임하는 5명의 대법관 후임으로 5명의 법조계 인사들을 대법관 후보로 노무현 대통령에게 제청했습니다. 그동안 보수 인사들이 지배해온 우리 대법원에 중도 인사들이 대거 기용되면서 보수:중도:진보의 판도가 7:4:2로 개편됐다는 하마평이 떠돕니다. 우리나라의 법률 교과서들은 대법원은 사법권력 핵심이고, 대법관은 따뜻한 시선으로 헌법이 보장한 국민의 권리를 최대한 보장해야 한다고 가르치고 있습니다. 그러나 삶이란 게 어디 교과서처럼 간단하던가요. 지난해 10월 퇴임한 한 대법관은 “권력에 맞서 사법부 독립을 진정코 외쳤어야 할 독재와 권위주의 시대에는 침묵했으면서, 사법부에 대한 비평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할 때 이를 외면했다”는 퇴임사를 남겼습니다. 굳이 무시무시한 독재정권 시기까지 올라갈 것도 없습니다. 그들은 신용카드 빚을 갚지 못하게 된 카드 사용자에게 ‘사기죄’를 인정했고, 기업 범죄에는 매우 관대했으며, 이미 사법(死法)이 된 국가보안법을 엄격히 적용하려 애쓰는가 하면, 양심적 병역거부를 인정하지 않았고, 새만금의 아우성을 외면했습니다. 사회를 좀더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는 대법관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