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이하 영화노조)의 단체협상이 난항에 빠졌다. 영화노조는 지난 6월7일 성명서를 통해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이하 제협)는 즉각 교섭대표단을 구성하고 노동조합과 성실교섭에 임하라”고 일갈했다. 영화노조와 제협은 4월27일 처음 상견례를 갖고 단체교섭을 위한 제반사항을 논의했다. 영화노조의 주장에 따르면 실무적인 애로점을 이유로 제협이 “두달이 훌쩍 넘은 상황에서 이제는 사용자 단체구성도 부인하며 노동조합의 정당한 단체교섭을 무력화시키려고 한다”는 것이다. 제협의 반응은 다르다. “단체교섭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 감독조합, 제협, 영화노조가 영화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한 의견을 조율하고 협상에 돌입하는 것이 긍정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제협쪽은 밝히고 있다. 영화노조는 “교섭 당사자끼리 협상을 도외시한 채 다른 주체들과의 의견 조율을 이야기하는 것은 단체협상의 본질을 흐리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이러한 충돌은 ‘영화산업의 특수성’을 바라보는 양쪽의 견해차에서 비롯된다. 제협 오기민 정책위원장은 “국내 현장은 인턴과 전문스탭이 전혀 구분되지 않는다. 스탭들이 미숙해서 시간을 끄는 문제가 현실적으로 존재하는데 노동시간만 언급하는 주장은 비현실적이다. 일률적인 노동시간과 주급제를 도입하더라도 현장상황을 함께 고민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영화노조 김현호 정책실장은 “단체협상안을 만들 때 영화산업의 특수성은 충분히 고려됐다. 근로시간과 투자사 인준의 같은 쟁점사안은 실무교섭을 통해 풀 수 있다”라고 반박했다. 그는 “제협이 자꾸 협상의 시기를 멀리 책정하는 태도가 문제다. 임금협약의 효력은 1년, 단체협약은 2년인데 자꾸 시간만 끄는 것은 협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라고 덧붙였다. 한 관계자는 “제협이 강한 결속력을 갖지 못하는 분위기도 장애물이지만 이 사안에 대한 회원사들의 냉담한 반응이 더 심각하다”라고 밝혔다.
영화노조는 제협과의 단체교섭에 대한 가능성은 열어둔 채, 메이저 제작사들과의 개별 교섭에 돌입했다. 6월8일과 9일 양일간 영화노조는 20여개 제작사에 협상요청 공문을 보낸 상황이다. 천신만고 끝에 노조를 일궈낸 영화노동자들이 국내 최초로 시도하는 단체교섭은 쉽게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