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3>에서 약물에 관한 한 장면. 동료 구출 작전에 뛰어든 톰 크루즈가 고문으로 인사불성이 된 여자요원에게 아드레날린 주사를 놓는다. 그러자 이 약물은 순식간에 그녀를 여전사로 돌변시켜 가공할 파워를 뿜어내게 만든다. 이 육체의 복원 효과는 현란한 액션만큼 인상적이지만 실제 체험은 그닥 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멋진 신세계>와 <섬>의 저자 올더스 헉슬리는 육체의 환락이 아니라 정신의 해방이란 가능성을 놓고 약물의 세계에 용감하게 파고들었다. 1953년, 사이키델릭이란 용어를 만든 정신과 의사 험프리 오스몬드의 관리 아래 메스칼린을 복용하고 체험한 환각이 시작이었다. 메스칼린은 북아메리카 인디언들이 종교 의식에서 사용했던 페요테 선인장의 활성 원소다(당시 이것과 동일한 효과를 내는 약물로 리세르그산이 만들어지기도 했는데 화학적으로 아드레날린에 매우 가까운 것이었다).
헉슬리는 메스칼린을 체험하기 전에 쓴 <멋진 신세계>에선 환각 물질을 비관적으로 다뤘다. 인간을 행복하게 해주는 약물 ‘소마’가 독재자의 통치 수단으로 전락한 정경이었다. 메스칼린과 LSD를 경험한 뒤에도 디스토피아적 가능성을 배제하지는 않았지만, 환각물질에 좀더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했다. 그룹 도어스의 이름으로 다시 인용되기도 했던 <인식의 문>(1954)에서 메스칼린 덕에 “영원한 존재의 또 다른 형상”을 보았다고 ‘증언’한 뒤, 특정의 환각물질이 우리의 지배권에서 벗어나 독자적으로 살고 있는 의식의 신세계에 닿기 위한 차편이 될 수 있음을 확신하기 시작했다. 헉슬리는 정신의 대척지로 자유롭게 갈 수 있다는 건 불교의 해탈에 비유할 수 있는 일종의 혁명으로 바라봤다. 인간의 궁극적 행복으로 다가가는 도약, 그것이 곧 혁명이었다. 산스크리트어로 ‘해방’이란 뜻을 지닌 <모크샤>는 헉슬리의 이 구도적 혁명 여정에 이뤄진 에세이, 칼럼, 강연, 인터뷰, 서신, 과학적 보고서들을 모은 흥미진진한 보고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