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마음은 때때로 아주 쉽게 변한다. 또 사람들은 말을 통해 의사소통을 하지만 그 말 때문에 오히려 상처를 받기도 하고, 가끔은 여기저기 흘러다닐 수 있는 그 말 때문에 진심을 털어놓지 못할 때도 많다. 그래서 언제나 충직하게 자기 곁을 지켜주고, 말 한마디 없이 진심이 전달되는 개들이 감정을 나누기에 더 적합한 상대라고 느껴질 때가 있다. 이누도 잇신을 비롯한 일본의 스타 감독과 유명 배우들이 대거 참여하고, 풍부한 감성으로 뛰어난 연기를 선보이는 개들이 가득한 <우리개 이야기>는 개라는 동물에 대한 사랑과 믿음을 가득 담고 있는 영화다.
이 영화에서 개를 둘러싼 다양한 에피소드들의 기저를 이루고 있는 두 단어는 ‘사랑’과 ‘죽음’이다. 주인의 짝사랑을 지켜보다가 스스로 사랑에 빠지게 되는 개, 자기에게 앙꼬빵을 아낌없이 주었던 친구를 평생 기다리는 개, 그리고 주인이 아이 때부터 평생을 함께 보내며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해주는 개. 그들은 주인의 외로움을 달래주기도 하고, 사랑이 연결되도록 다리가 되어주기도 하고, 어른이 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주기도 한다. 그 개들은 함께 있을 때는 변하지 않는 사랑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준다. 그리고 인간보다 수명이 짧기에 먼저 떠날 수밖에 없는 운명 때문에 어리거나 젊은 주인들에게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까지 가르쳐준다.
이 영화에서 가장 긴 에피소드인 야마다(나카무라 시도)와 ‘포치’ 이야기이다. ‘포치’는 도쿄에 있는 병원으로 이송된 야마다를 위해 먼 길을 여행하며 헤어진 연인들을 다시 연결시켜주기도 하고, 아픈 환자들에게 위안을 주기도 한다. 결국 둘은 실제로는 만나지 못하지만, 어른이 된 야마다는 꿈속 포치와의 두 번째 이별을 통해 성숙한 삶을 준비하게 된다. ‘포치’가 잃어버린 공을 찾던 갈대숲으로 다시 한번 돌아간 것처럼, 그도 자신을 지치게 한 일상 속으로 돌아가야만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것이다. 인간인 미카(미야자키 아오이)와 개 마리모의 시점을 번갈아 보여주는 ‘마리모 이야기’는 어린 소녀가 개를 키우고 떠나보내면서 하나의 사랑이 어떻게 다른 사랑으로 확장되는지를 그리고 있다. 개와 인간 사이의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애니메이션, 뮤지컬, 판타지 등 장르를 넘나들면서 유쾌하고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