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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된 공간 안 공포의 게임, <크립>
정재혁 2006-05-24

아름다운 외모로 모든 남자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는 여자 케이트(프랭카 포텐테). 파티에 참석한 남자들은 쉴새없이 그녀에게 추파를 던진다. 하지만 케이트의 콧대는 하늘 높은 줄 모를 정도. 조지 클루니를 만난다며 파티장을 나선 그녀는 지하철 플랫폼에서 자기도 모르게 잠이 든다. 한참이 지난 뒤, 눈을 뜬 그녀 앞에 마지막 지하철이 도착하고 그녀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승차한다. 그러나 지하철 안에는 아무도 없고 적막함만이 맴돈다. 제한된 공간에 홀로 놓인 그녀는 점점 커지는 초조함과 공포에 불안해 하고, 어디선가 나타난 한 남자는 그녀를 강간하려 한다. 움직이던 지하철은 터널 가장 깊숙한 공간에서 정차하고, 케이트는 스피커로 들려오는 비명소리 속에서 살육의 공포에 몸을 떤다.

영화 속 지하철

<튜브> 김석훈, 배두나 주연의 영화 <튜브>는 지하철을 테러의 공간으로 변신시킨다. 멈추지 않는 열차는 1300만 시민의 목숨을 향해 미친듯이 달려가고, 이를 제지하기 위한 장 형사(김석훈)의 발걸음도 점점 빨라진다. 지하철의 속도감을 극대화해 테러와 맞서 싸우는 주인공의 긴장감이 잘 드러나는 영화.

<지하철> 양조위, 양천하, 장진 주연의 영화. <지하철>은 서로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인연을 지하철이란 공간에서 포착한다. 지미의 동명만화가 원작인 이 작품은 연기파 배우들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았다. 특히 이번 영화에서 양조위와 양천하는 맹인으로 등장해 주목을 끌었다. 크리스마스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가 매력적인 영화.

<1호선> 최근 <여교수의 은밀한 매력>을 연출한 이하 감독의 단편. 지하철 1호선을 배경으로 현실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는 젊은 남녀의 일상을 담담하게 그렸다. 불법 운전 연습장 여직원 재경은 남몰래 유부남인 사장을 좋아한다. 하지만 이들은 서로 무기력하게 바라보기만 할 뿐. 영화는 무심히 지나가는 지하철을 바라보듯 이들의 모습을 건조하게 바라본다. 2003년 부산아시아단편영화제 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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