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경계 객관묘사에 신경 김윤진씨 “아직은 분투중”
미국 <에이비씨> 텔레비전의 최고 인기 시리즈 <로스트>(K2 토 낮 12시50분) 시즌2가 한국 배우 김윤진에 이어 한국인 작가 김수진(미국명 크리스티나 김)을 발탁했다. 미국 안 소수 인종인 한국계가 인기 드라마의 주인공과 주요 작가로 뽑힌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미국 하와이 호놀룰루 해변에서 시즌2 마지막 촬영을 하고 있는 김윤진, 시즌3 극본을 준비하는 김수진을 전자우편으로 인터뷰했다.
“로스트의 제작진들은 드라마에서 한국적인 특질과 구성이 가장 정확하게 묘사되기를 바랍니다. 한국 작가로서 한국 등장인물과 특별한 관계를 느낍니다.” 김수진 작가는 미국 대형 드라마에서 한국을 고스란히 전한다는 데 큰 자부심을 보였다. 조지타운대 영문학과, 서던캘리포니아 대학원 영화학과를 졸업한 김 작가는 미국 시카고에서 태어난 한국인 2세다. 중고등학교 시절 한국에서 4년을 살았던 경험으로 한국 관련 부분을 적극 조언하고 있다고 한다. <로스트> 시즌1 초반에서는 한국 출신의 부부, 선(김윤진)과 진(대니얼 데 김)이 폐쇄적이고 가부장적인 인물로 묘사되면서 인종적인 편견을 벗어나지 못했다는 논란이 있었다. 김 작가는 2005년 6월부터 로스트 팀에 합류하면서 한국인 등장 부분에 특히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방대하고 정교한 줄거리를 이어나가기 위해 <로스트>는 10명의 작가를 두고 있다. 그는 “올해는 스태프 작가로서 프로듀서이자 작가인 엘리자베스 사노프와 ‘헌팅파티’ ‘전체적 진실’ 등 세 가지 에피소드를 집필했다”며 “내년에는 스토리 작가로 활동하게 된다”고 밝혔다.
배우 김윤진은 미국 브라운관에서 한국어로 30분 이상 연기하는 전례를 남기고, 30억원의 출연료로 시즌3을 계약했지만 차분함을 잃지 않고 있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와 달라진 것은 지금은 오디션보다는 회의자리가 더 많아졌다는 정도에요. 아직은 분투하는 시기입니다.” <로스트>는 배우에게는 잔인한 드라마다. 극중 인물들 중 누가 언제 죽을지 모르기 때문에 출연 기간은 계약하지 않는다. 김윤진은 묵묵히 그늘 같은 역할을 감내하며 이중적인 내면 연기를 성공적으로 해내 미국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로스트> 시즌2에서는 납치당하고 임신하는 에피소드로 김윤진의 캐릭터에 미스터리적 요소가 더해진다.
“<로스트>로 배우로서 두 번째 전환점을 맞고 있다”는 그는 “국적보다는 그 배우만이 가진 정체성으로 주목받고 싶다”고 말했다. “소수 인종 배우로서 자리잡기 위해 저만의 캐릭터 연구에 힘을 기울이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어떤 역이든 잘 소화해서 공감을 주는 사람이 배우이지, 여배우, 동양인 배우 이런 건 없다고 생각해요.” <로스트> 시즌2는 미국에서는 5월 말, 한국에서는 9월 말까지 방영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