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받고 거짓말하는 실험에 참가했다면, 1달러와 20달러를 받은 사람들 중 누가 더 적극적일까? 답은 1달러다. 왜냐. 단 한푼에 거짓말했다는 게 부끄럽기 때문이다. 심지어 나중에도 거짓말을 사실로 믿으려 든다. 반면 20달러를 받은 이들은 돈받고 거짓말한 거라고 순순히 인정한다. 심리학자 페스팅거의 유명한 ‘인지부조화 실험’이다. 인간은 이성적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라는. 또 보상이나 처벌에 따라서만 움직이는 게 아니라 자기 위선을 정당화하기 위한 놀라운 정신적 활동을 한다는.
평택 대추리의 ‘잔인한 5월’을 보며, 폭력 특히 공권력의 폭력을 대통령이 조장하는 게 아닌가 싶다. 대통령이 일찍이 내리신 ‘지령’은 “단호한 대처”뿐. 배후가 어떠니 보상금 더 받으려 그런다니 하는 흑색선전은 차치하고라고, 국민을 보호해야 할 통수권자의 인권의식이 이 지경인지 어안이 벙벙하다. 평시에 비무장 국민을 상대로 군경 진압작전을 펼쳐 많은 사람 다치게 하고, 그것도 모자라 시위대를 줄줄이 구속하려 들다니. 자기 위선에 대한 합리화, 특히 권력자의 그것은 정말 위험하다는 게 새삼스럽다. 대통령은 조만간 반미주의자들과 부화뇌동자들 때문에 평택 이전에 얼마나 많은 차질과 피해가 생겼는지 진짜로 믿으며 말씀하실 거 같다. 어차피 굴욕 협상이었던 거, 주민 동의니 지자체 의견이니 법 절차 깡그리 무시하고 아무 시설도 병력도 없는 땅을 군사시설 보호구역으로 정해버린 거, 왜 그만한 땅을 내줘야 하는지 목적도 용도도 설명하기 어려운 거, 미국 눈치보며 지금껏 일을 진행시켜온 방식이 몹시 쪽팔린 거, 그냥 세게 밀고 나가버리자 심리? 그래서 대화는커녕 누가 쫓아오기라도 하듯 서둘러 짓밟아버린 건가?
“민생파탄 민주압살 노태우 정권 타도하자!” 노태우 집권 시기 대학 다닌 이들이라면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을 구호다. 3당 합당 때 정점이었지 아마. 대체 지금 우리나라 대통령이 노태우야 노무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