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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럭셔리 고기의 정치학
김소희(시민) 2006-04-28

지구에 사는 소는 12억8천 마리, 사육지는 세계 토지의 24%, 인구의 20%인 13억명이 영양실조에 시달리는 동안 지구에서 생산되는 곡물의 3분의 1을 소와 다른 가축들이 먹어치우고 있다(<육식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지음). 쇠고기는 단백질 사다리(닭과 생선 빼고도, 돼지고기->우유->낙농제품->목초사육쇠고기->곡물사육쇠고기)의 정점에 있는 ‘럭셔리 고기’다. 웰빙 바람에 주춤하지만 우리 의식 속의 ‘럭셔리 식사’는 여전히 미국 사람처럼 스테이크 잘라 먹는 것이다. 씨앗과 화학제품, 도축장과 판매·유통망을 꽉 쥔 미국의 다국적 기업들은 개발도상국을 겨냥한 광고·판촉으로 ‘쇠고기 먹는 것=성공의 표상’으로 둔갑시켰다. 채식 위주의 식단이었던 많은 아시아 인민들도 그 사다리를 헐레벌떡 올라갔다. 덕분에 미국은 쇠고기 수출뿐 아니라 자국 생산 곡물의 3분의 2를 사료용으로 수출하게 됐다. 또 개발도상국의 농토를 생계용이 아닌 사료용 곡물 생산지로 바꾸도록 ‘지도편달’해, 소가 인간보다 배불리 먹는 세상을 일궜다.

정부는 지난 1월 한-미 자유무역협정 체결의 선결과제로 스크린쿼터 축소와 미국산 쇠고기 수입 재개를 약속했다. 미국에서 동물성 사료 금지 정책이 본격 시행된 1998년 4월 이후 태어난 소에서 광우병이 발견되면 수입을 금지한다는 조건이었으나, 미국은 지난 3월 앨라배마주에서 광우병 양성반응 소 문제가 불거지자 소의 이빨 사진만 보여주면서 그 이전에 태어난 소라고 우겼다. 우리 정부도 “그런가보다”라고 물러서는 눈치이다. 30개월 미만된 소의 ‘뼈를 발라낸’ 고기는 문제가 없다는 미국의 주장을 정말로 믿고 싶어하는 듯하다. 미국 농무부 감사관실조차 광우병 예방·점검 대책이 허술하다고 했다. 육안검사도 없이 도축되는 소가 천지이고, 도축 소의 1%만 표본검사를 하며, 돼지와 닭에게 먹이는 동물성 사료가 소 사료에 섞일 수도 있단다. 이런데도 본협상이 시작되는 6월 이전에 수입을 결정해야 하나? 미국 쇠고기 못 먹어 환장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