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4월8일, 커트 코베인이 죽었다. 자살인지 타살인지는 아직도 해석이 분분하지만 유서로 알려진 편지에는 “서서히 소멸되는 것보다 순식간에 타오르는 것이 낫다”는 말이 적혀 있었다. 구스 반 산트 감독의 2005년작 <라스트 데이즈>는 유서를 쓰고 마침내 죽은 모습으로 발견된 커트 코베인의 죽기 전 며칠을 그린 영화다. 전기영화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라스트 데이즈>는 설명에 인색하고 묘사에 너그럽기 때문이다. 이미 그러했던 구스 반 산트의 전작 <엘리펀트>는 어쩌면 <라스트 데이즈>를 위한 예행연습이었는지도 모른다.
<라스트 데이즈>의 시작은 숲을 방황하는 한 남자에게서다. 극도로 외로워 보이는 이 남자, 블레이크(마이클 피트)는 성공한 뮤지션이다. 숲속의 거대한 저택은 부유함에서 오는 안락함보다는 공포에 가까운 공허를 느끼게 한다. 그를 찾는 사람들이 끝없이 전화를 하거나 저택의 문을 두들기고, 집 안에는 그의 친구들이 있지만 그는 누구와도 소통하지 못한다. 그리고 얼마 뒤, 온실에서 블레이크는 시체로 발견된다.
실제 사건에 기초한 이야기를 영화로 만들면서 사건의 해석에는 관심이 없는 구스 반 산트의 <엘리펀트>와 <라스트 데이즈>는, 실제 사건의 구체적인 사실에는 관심없이 마치 완전한 상상 속의 시간을 그려내는 듯하다. 설명에 인색한 그의 영화는 사건을 알고 있지 못한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완전할 수 없다. <라스트 데이즈>는 감독과 커트 코베인(블레이크)과 커트 코베인의 마지막 며칠을 ‘이해하고’ 싶은 관객 사이의 비밀스런 소통과도 같다. 블레이크의 느린 움직임과 웅얼거리는 목소리가 숨막힐 듯한 갑갑함을 낳고, 그를 둘러싼 모든 소리는 과장된 볼륨으로 울려퍼진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를 되뇌는 것처럼 때로 이미 진행되었던 시간은 때로 앞으로 돌아가 다시 한번 재생되지만 어디에도 답은 없고 외로움은 깊어진다. 자살이건, 타살이건, 이런 마음에는 죽음이 차라리 나은 대답이 되어줄 것 같은 심상이 펼쳐진다. 날마다 구체적이고 가혹한 질문을 하는, 누구인지도 모를 사람들이 그를 찾았지만, 그는 답을 내놓지 못했고, 기타를 안고 자주 아팠다. 고통은 그렇게 끝났다. 추론밖에 가능하지 않을 한 인간의 최후의 순간을 되살리는 데 그 이상의 부연설명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구스 반 산트는 잘 알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