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엔 두 종류의 새가 있다. 새장 밖에 있는 새와 새장 안에 있는 새. 그런데 이분들이 새대가리를 갖고 계신지라 기억력도 나쁘다. 나 같은 아랫것이 이리 표현하는 걸 불쌍히 여기사, 일찍이 프랑스어를 구사하시다 돌아가신 몽테뉴 할아버지는 말씀하셨다.
“결혼은 새장과 같다. 밖에 있는 새들은 기를 쓰고 안으로 들어가려 하고 안에 있는 새들은 기를 쓰고 바깥 세상으로 빠져나가려고 한다.”
<연애시대>는 바깥 세상으로 나온 것들이 다시금 새장 속으로 들어갈 궁리에 바쁜 시대다. 그것도 같은 새장을 썼던 그 새하고! 열렬하게 연애해서 결혼했으나, “이 산이 아닌가벼” 하고 도장 찍고 내려온 이 언니 은호(손예진), 지들이 싫어 내려온 산을 고즈넉한 눈길로 바라보며 말한다. “성격 차이야. 더이상 같이 살다가는 진짜 꼴보기 싫어지겠다 싶어서 그래서 헤어졌어.” 이런 로맨스영화만 139개는 봤음직한 소리가 보통 일상생활에서 맞닥뜨릴 반응은 이거다. “너, 소설 쓰냐?” 내지 “우리 지금 드라마 찍고 있는 거 아니거든? 그냥 말하지?” 그러나 드라마에선 이혼한 친구가 더 멋들어진 대사를 쳐준다. “그렇구나. 둘 다 끝장을 안 봐서, 바닥을 안 쳐서 미련이 남은 거야.” 이 말로 추측 가능한 건 이거다. 이 언니는 결혼생활에 끝장을 봤다. 그리고 은호는 동진(감우성)에게 미련이 남았다. 그런데 이렇게 끝장을 본 결혼생활의 경험자인 이 친구(오윤아)가 정신 못 차리고 동진과 사귀고 싶어하는 건 뭐지? 연애 판타지야 하도 써먹어서 쓸 게 없으니까, 이제 연애의 ‘블루 오션’으로 이혼한 부부가 떠오른 건가? 그것도 이혼한 부부더러, “쟤네들 실은 사랑한대요”?
쳇. <연애시대>가 ‘돌아온 싱글’에게 말하는 건 이거다. “돌아오다니. 돌았냐?” 그리고 분홍 손수건을 흔드신다. 이러시면서. “다시 돌아가요….” 부제가 ‘제정신 돌아온 이혼녀’랄까? 이러니 남자에게 “생리하냐? 배배 꼬였네” 요런 생동감있고 센스있는 대사들이 아깝다. 가끔 하는 말만 센스있으면 뭐하냐? 하는 생각이 구름다리 위인데. 거기다 은호를 줄곧 좋아했다는 스물다섯살 꽃미남에 ‘알고 보니’ 사장 아들 그 남자. 말인지 소인지를 입으로 우물거리는 거야 그렇다치고, 하는 말마다 미치겠다.
“나는 은호씨를 진지하게 사귀고 싶습니다. 결혼을 전제로요.” 이러더니, 아직 정리가 안 됐다는 은호에게 그가 하는 말 봐라. “이동진씨를 잊는 데 날 이용해요. 이에는 이, 눈에는 눈. 남자는 남자로 잊는 거거든요.” 아, 미치겠다. 이 오빠 때문에 물먹다 다 뿜었다. 당최 저렇게 철딱서니없고, 웃기는 대사를 멋있는 척 치는 남자애들이 드라마마다 왜 이리 많은 거냐? 사랑을 저렇게 대체 가능한 장난감으로 아는 무늬만 어른인 애들 때문에, 이혼이 느는 거 아닌가? 이 오빠야말로 정말, 사랑에 대해 “공부하세요”요, 몇대 맞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