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에 새로운 돈다발이 떨어지고 있다. 4월11일자 <할리우드 리포터>는 할리우드에 월 스트리트 투자사들과 해지펀드의 자금이 활발하게 유입되는 중이라고 보도했다. 자금의 규모도 상당한 편이다. 월 스트리트의 재정전문가 토머스 툴이 설립한 레전더리픽처스는 <슈퍼맨 리턴즈>를 비롯한 워너브러더스의 25작품에 5억달러의 제작비를 투자하는 5년짜리 계약을 맺었고, 투자사 메릴 린치는 <미션 임파서블3> 같은 파라마운트의 영화에 모두 2억3천만달러에 달하는 자금을 투자할 예정이다. 거대 제작사들만이 월 스트리트의 돈다발을 맞고 있는 것은 아니다. 웨인스타인 형제의 웨인스타인 컴퍼니는 거대 투자사 골드만 삭스로부터 총 4억9천만달러의 투자를 받기로 결정했다. <사이드웨이>(2004)를 월 스트리트의 투자 지원으로 만들어낸 독립영화 제작자 마이클 런던은 “이제 겨우 시작이라는 느낌이다. 진짜 큰 손들이 영화계로 흘러들어오기 시작했다”고 말한다.
월 스트리트가 적극적으로 할리우드 진출을 꾀하는 가장 큰 이유는 부동산이 투자 매력을 상실했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월 스트리트 투자사들이 재산증식 방식으로 가장 선호해왔던 부동산의 가치는 최근 들어 눈에 띄는 하락세를 기록 중이다. 이제 투자사들은 다른 방식의 안정된 재산증식을 원하고 있으며, 홈비디오 산업과 국제시장의 발전이 지속되고 있는 할리우드가 가장 매력적인 대체물로 여겨지는 것이다. 할리우드의 자금 운영방식이 예전보다 투명하게 바뀐 것도 투자사들의 구미를 당기는 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레전더리픽처스의 토머스 툴은 “예전의 할리우드는 거물 제작자에 의해 폐쇄적으로 경영되는 곳이었다. 외부 투자자들은 대부분 돈을 잃고 떠나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 할리우드의 운영구조는 예전보다 훨씬 투명해졌다”며 이같은 분위기를 환영하고 있다.
물론 보수적인 할리우드는 여전히 새로운 파트너들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월 스트리트가 겨우 10년 만에 부동산으로부터 등을 돌렸듯, 언제라도 할리우드에 대한 투자를 거두어갈 수 있으리라는 생각 때문이다. 그러나 할리우드 제작사들은 지나치게 상승한 제작비의 부담을 덜기 위해 월 스트리트의 돈을 유치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월 스트리트가 또 다른 재산증식의 방법을 찾아내지 않는 이상, 할리우드와 월 스트리트의 밀월관계는 서로의 필요에 의해 지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