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처트렌드’라고 제목에 썼지만, 일본 대중문화에 관한 책이다. 대부분의 글은 <씨네21>과 웹진 <채널 예스> 등에 실었던 원고를 손본 것이다. 기본적으로 저자의 글은 ‘좋아하는 것에 대한 묘사’이고 즐거움의 공유가 목표다. 문화상품 몇개를 접해보고는 일본 대중문화가 한 덩어리로 뛰어나다거나 형편없다고 단정하는 태도를 경계하는 저자는, 자신이 재미있게 본 만화, 애니메이션, 영화를 소개하고 그들이 일본사회의 무엇을 말하는지, 나아가 인간과 세계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는지 해설한다.
선별된 작가들은 익히 알려진 스타들이다. 우라사와 나오키, 이토 준지, 사사키 노리코, 히로카네 겐시, 오토모 가쓰히로, 안노 히데아키, 이누도 잇신, 미야자키 하야오, 오시이 마모루, 후카사쿠 긴지의 작업이 작품론과 작가론을 넘나드는 37편의 글로 다루어졌다. 특히 저자가 직접 인터뷰한 적 있는 이누도 잇신, 구로사와 기요시, 이와이 순지 등의 감독론은 명쾌하고 정확하다. “영화제에서 내 영화가 소개되는 때는 오락의 시간이다. 사람들이 훌륭한 영화를 보고 지쳤다가 내 영화를 보면서 즐거워한다”라는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인용은 위무의 기능만으로도 대중문화는 가치있다는 저자의 믿음을 대변하는 듯하다. 이 책은 가끔은 샛길을 통해 멀리 가기도 한다. 만화 <현시연>을 통해 오타쿠 문화를 돌아보기도 하고 만화 <콘데 코마>에 관한 이야기가 “일본 사람들은 왜 격투기에 빠져들까?”라는 질문으로 번지기도 한다. 이 책을 읽다보면 그런 샛길을 좀더 답사하고 싶은 기분이 든다. 이로써 저자는 작품과 작가 중심의 일본 대중문화 입문서를 두권째 냈다. 다음 순서는 특정한 관점과 통찰로 일본 문화를 자유롭게 종횡하는 책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