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2 <봄의 왈츠>와 MBC <넌 어느 별에서 왔니>는 닮은 사람에 관한 이야기다. <봄의 왈츠>에서 어린 시절 헤어진 재하(서도영)와 은영(한효주)은 서로의 정체를 알지 못한 채 재회한다. 그들은 서로가 간직하고 있는 어린 시절 첫사랑의 모습에 끌린다. 그래서 <봄의 왈츠>는 좀처럼 서로의 정체를 알려주지 않는다. 닮은 사람에게 사랑을 느낄 정도니 서로가 ‘운명적 첫사랑’이라는 것을 알면 둘 사이의 갈등은 사라지기 때문이다. 갈등이 사라지면 더이상 드라마를 진행할 수 없다. 그래서 <봄의 왈츠>는 10회가 다 되도록 뚜렷하게 스토리를 전개시키는 대신 우연이 남발되는 비슷한 에피소드만 반복된다. 그들은 외국에서 우연한 첫 만남을 가지고, 우연한 사건으로 서로의 마음을 알며, 역시 우연한 사고로 단둘이 많은 시간을 보낸다. 그만큼 첫사랑의 애절함은 강조되지만 사건은 작위적이고, 상식적인 연애심리는 사라진다. 남는 건 작품 초반 윤석호 PD가 보여준 아름다운 자연의 풍광뿐이다.
반면 <넌 어느 별에서 왔니>에서 닮은 사람은 닮은 사람일 뿐이다. 승희(김래원)가 혜림(정려원)에게 끌린 건 죽은 그의 옛사랑 혜수(정려원)와 닮아서지만, 그가 혜림을 사랑하게 된 건 혜림을 알게 된 뒤 밀고 당기는 그들의 싸움을 통해 생긴 감정 때문이다. 그 와중에 혜수에 대한 기억으로 괴로워하던 승희는 어깨에 들어간 힘을 빼고 겉멋도 부려보는 다소 코믹한 캐릭터로 바뀌고, 반대로 혜림은 코믹하고 촌스러운 여자에서 한 남자를 통해 사랑의 감정을 알아가는 여자로 그리고 승희가 접근하기 쉽지 않은 재벌 3세 여성으로 변한다. <넌 어느 별에서 왔니>에서 혜림이 과거에도 누군가를 사귀었다고 말하는 부분은 흥미롭다. <넌 어느 별에서 왔니>는 운명적인 첫사랑의 그림자에 관한 드라마처럼 시작하며 시선을 끌었지만, 정작 이야기는 한국 특유의 4각관계 로맨틱코미디로 진행되면서 운명적인 사랑을 다루는 멜로드라마나 티격태격 로맨틱코미디의 전형성을 살짝 비껴간다. 닮아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그 사람 자체를 사랑하는 것이고, 그 닮은 사람과 만들어갈 또 다른 연애의 역사가 있을 것이다.
MBC <소울 메이트>는 우리가 이제 더이상 닮은 사람, 운명적인 사랑을 찾지 않아도 사랑할 수 있다는 선언이다. 수경(이수경)과 동욱(신동욱)은 운명의 연인으로 설정돼 있지만, 그들은 아직 만남조차 가지지 못했다. 대신 <소울 메이트>는 그들의 현재 연인들과 겪는 사랑 이야기를 보여준다. 너무나 당연하게도, ‘운명적인 사랑’ 앞뒤에도 우리는 계속 사랑하면서 살고 있었던 것이다.
<넌 어느 별에서 왔니>가 <봄의 왈츠>보다 상대적으로 좋은 성적을 거두는 건 우리가 이제 서서히 ‘그놈의 첫사랑’에 대한 낯간지러운 의미 부여에서 벗어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