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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치포인트>와 우디 앨런의 세계 [3]
정리 오정연 2006-04-12

<매치 포인트> 감독 우디 앨런 인터뷰

“내가 만든 영화 중 최고의 작품이 될 거다”

-<매치 포인트>는 어떻게 구상한 영화인가. =예전부터 살인을 소재로 이야기를 해보고 싶었다. 특히 살인범이 본래 죽이려 했던 희생자의 옆집에 사는 이웃을 죽여서 자신의 범행을 우연한 것으로 가장하려는 상황 말이다. 그러고 나서 주인공으로 테니스 선수였던 남자를 생각하게 됐다. 네트 위에서 득점과 실점의 기로에 놓인 테니스 공의 메타포를 생각한 것은 그 이후의 일이었다. 모든 것은 그렇게 진행된 것이다.

-<매치 포인트>는 영화 전체가 해외 로케이션으로 촬영됐다. 걱정은 없었나. =계속 뉴욕에서 작업해왔기 때문에 처음에는 걱정이 되기도 했다. 영국에서 작업한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나는 곧 그곳을 좋아하게 됐다. 단지 그곳 사람들이 친절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얼마 전 그곳에서 또 다른 영화(<스쿱>)의 촬영을 마쳤고, 그것은 나에게 또 다른 즐거운 경험이 되어주었다. 영국은 모든 면에서 뉴욕과 똑같다. 하지만 날씨는 영국이 더 좋은 것 같다. 하늘이 흐린 것은 촬영에 아주 도움이 된다. 그리고 여름에 영국이 더 시원해서 좋다.

-영국에서 촬영하는 것의 장점은 무엇인가. =좋은 의미의 학생 영화작업과 같다. 만일 내가 탁자 위의 잡지 하나를 옮겨놓으려 해도 담당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그리고 몇분만 촬영을 더 할 수 있는지 언제나 물어봐야 한다. 항상 ‘그러고는 싶지만 좀 힘들겠다’는 대답을 들을 뿐이다. 하지만 영국은 그렇지 않았다.

-코믹한 요소가 없는 <매치 포인트>에 대해 팬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 거라고 생각했나. =나한테도 팬이 있었나? (웃음) 나를 지지해주고, 내 영화가 손해를 보지 않게 해주는 거대한 팬층이 있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드라마든, 슬픈 결말이 있는 코미디든, 흑백영화든 내가 만들고 싶은 영화를 만들어왔다. 물론 세계 각지에는 내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이 상당하지만, 미국은 그렇지 않다. 그러니 대박을 터뜨릴 일도 애당초 없는 거다.

-당신은 당신 작품들에 대해 지나치리만큼 냉혹하다. <매치 포인트>에 대한 평가는. =내가 만든 영화 중 최고의 작품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모든 게 너무 잘 진행됐다. 스칼렛 요한슨과 조너선 리스 메이어스를 원했는데 캐스팅에 성공했다. 비가 내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비가 내렸고 날이 맑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화창해졌다. 믿을 수 없을 정도였다.

-함께 일했던 배우들은 당신이 촬영장에서 그다지 많은 조언을 하지는 않는다고 말한다. =많은 말과 분석, 연출로 배우들을 괴롭히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물론 궁금한 게 있다면 그들은 언제든 나한테 물어볼 수 있다. 그렇지만 그들은 자신이 연기하는 캐릭터를 알고 있고, 그 캐릭터를 연기한다. 99%의 경우에, 그들은 내가 침실에서 시나리오를 쓸 때 구상했던 것보다 훨씬 뛰어난 보디 랭귀지와 억양과 연기를 선보인다. 뭔가 지독히 잘못되는 경우에만 그 연기를 바로잡는다.

-<매치 포인트>는 행운이 인생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다. =이는 내가 언제나 관심을 가지고 있던 주제였다. 내 생각에 사람들은 행운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회피하고 싶어하는 것 같다. 그들은 스스로가 자신의 인생을 컨트롤할 수 있고, 세상 모든 것이 제대로 되어가고 있다고 믿고 싶어하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자신의 행운을 스스로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전혀 그렇지 않다. 단지 착하거나, 어떤 일을 잘하는 사람에 비해 운이 좋은 사람은 인생에서 훨씬 많은 시간을 가질 수 있다. 착하거나 능력이 있는 것은 어떤 종류의 성취나 행복을 보장하지 못한다는 뜻이다. 운이 좋다는 것만이 좀더 행복한 삶을 보장한다. 물론 당신이 그렇게 변덕스럽고 불공평한 우주의 희생자에 불과하다는 것은 정말 두려운 사실이다.

-자신이 운이 좋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학교 성적은 썩 좋은 편이 아니었고, 내가 무슨 공부를 하는지도 잘 몰랐지만, 운 좋게도 재능이 있었다. 좋은 집안에서 자랐고 부모님은 장수하셨다. 연예계에 처음 발을 들였을 때, 영화에 데뷔할 때는 특히, 사람들은 내 결점은 간과하고 장점을 강조했다. 여태껏 나는 살아가면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상상할 수 있었던 그 모든 일을 해봤다.

-1년에 1편씩 영화를 만들고 있다. 너무 다작하는 것 아닌가. =전혀. <스쿱>을 끝냈을 때도, 나는 아파트 주위를 걸어가면서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사람들이 미처 알아차리기도 전에 또 다른 시나리오를 써냈다. 내 직업은 바로 그런 것이다.

-차기작은 어떤 영화인가. =코미디라는 것밖에는 할 수 있는 말이 없다. 스칼렛 요한슨, 휴 잭맨, 이안 맥셰인 그리고 내가 출연하고 역시 영국에서 촬영했다. 저널리즘의 부정적인 측면을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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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인터뷰는 <프리미어> <엠파이어> 등에 실린 인터뷰를 발췌, 정리한 것입니다.)